오늘 中과 단체전 결승… 女탁구는 첫 노메달

30대 선수들이 출전한 남자 탁구의 투혼이 만리장성까지 넘을 수 있을까.

남자 탁구 대표팀이 7일(이하 한국 시각) 영국 런던의 엑셀 런던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탁구 단체전 준결승에서 홍콩을 3대0으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유승민(30)과 주세혁(32)이 단식 두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고 호흡을 맞춘 지 얼마 안 된 오상은(35)-유승민 조도 복식에서 이기며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확보했다.

한국 탁구는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남녀 모두 개인전 노메달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 단체팀은 8일 오후 11시 30분에 중국과 벌이는 결승전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런던올림픽 한국 남자 단체팀은 모두 30대 노장(老將)으로 꾸려졌다. 체력과 순발력에서 밀리지만 국제대회 출전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답게 위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1회전에서 강적 북한을 꺾은 대표팀은 포르투갈과 치른 8강전에서 1대2로 뒤진 상황에서도 주세혁·유승민이 연이어 단식 경기에서 이기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단체에서 동메달을 따낸 오상은과 유승민의 경험이 큰 몫을 했다.

결승전 상대가 세계 최강 중국이지만 한국은 '해볼 만하다'는 각오다. 대표팀의 최종 병기는 '수비형 선수' 주세혁이다. 주세혁은 지난 1월 헝가리오픈 8강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자 장지커를 4대0으로 완파하며 중국의 독주를 저지할 선수로 떠올랐다. 주세혁은 열 번 가까이 상대 공격을 받아낸 다음 역공을 펼쳐 포인트를 얻는다. 쉴 새 없이 공격을 막는 모습이 축구의 골키퍼와 비슷하다고 해 '탁구의 거미손'이라 불릴 정도다. 유남규 탁구 대표팀 감독도 "(주)세혁이가 있으니 남자 단체전 금메달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결승에서 당시 세계 1위 왕하오를 꺾은 유승민의 활약도 기대해볼 만하다.

남자 탁구가 결승에 오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주세혁은 올림픽 개막 전 갑작스레 베체트병(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희귀성 난치병)을 앓았다. 발목 부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병을 발견한 주세혁은 현재 스테로이드를 쓰며 버티고 있다. 오상은은 지난해 말 해외 임대 문제로 전 소속팀과 갈등을 빚고 방출된 뒤 팀을 옮기는 등 마음고생이 심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중국이 앞선다. 중국 남자 단체팀은 세계 랭킹 1위 장지커, 2위 마룽, 4위 왕하오가 포진해 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한다. 유남규 감독은 "그래도 중국과 열 번 붙으면 한 번 정도는 이긴다. 그 한 번이 꼭 이번 올림픽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경아·당예서·석하정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싱가포르에 0대3으로 졌다. 한국 여자 탁구가 올림픽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