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대훈 男58㎏급 출전… 전자호구 적응력 뛰어나 최연소 그랜드슬램 도전
26세 동갑 女67㎏급 황경선, 男80㎏ 초과급 차동민… 사상 첫 올림픽 2연패 노려
3전4기로 올림픽 무대 밟는 女67㎏ 초과급 이인종도 금메달 향해 혼신의 발차기

2012 런던올림픽에서 7일 오전(이하 한국 시각)까지 금메달 11개를 따내며 신바람을 낸 한국 선수단은 이제 4년 전 베이징올림픽에서 세웠던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13개) 경신에 도전한다. 그 열쇠를 쥔 종목이 '국기(國技)' 태권도다. 4체급에 출전한 한국 태권도는 8일 오후 7시 15분 1회전을 치르는 남자 58㎏급의 이대훈(20·용인대)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금빛 발차기'에 시동을 건다.

◇이대훈, 최연소 그랜드슬램 이루나

한국 태권도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었다. 런던에서도 4년 전의 영광 재현을 노리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2~3개로 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전력 평준화가 뚜렷해지면서 종주국인 한국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도입되는 전자호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대회엔 타격의 강도(强度)에 감응하는 스페인 대도사(社)의 전자호구를 사용한다.

가장 먼저 출전하는 이대훈의 어깨가 무겁다. 김세혁 태권도 대표팀 총감독은 "(이)대훈이가 스타트를 잘 끊어줘야 뒤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금메달에 대한 부담을 덜고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태권도는 하루에 1회전부터 결승까지 모든 경기를 치른다.

곱상한 외모의 스무 살 청년 이대훈은 경력만 보면 어느 베테랑 선수가 부럽지 않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한국 남자 태권도 사상 처음으로 고교생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작년 경주 세계선수권에서도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63㎏급이 없는 런던올림픽을 겨냥해 58㎏급으로 체급을 낮췄지만 기세는 여전하다. 올해 5월에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정상에 섰다. 런던올림픽 금메달만 추가하면 한국 태권도 사상 최연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이대훈의 강점은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기습적인 3점짜리 얼굴 공격이다. 같은 자세에서도 몸통과 얼굴 공격이 자유자재로 나와 상대는 방어할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대표팀 동료들이 '전자호구의 신'이라고 부를 정도로 전자호구에 대한 적응력도 뛰어나다.

지난달 20일 출국해 그동안 런던 브루넬대학교에서 훈련한 이대훈은 체중 감량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등 컨디션이 좋다. 세계 랭킹 1위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스페인)를 결승에 가서야 만날 수 있는 등 대진운도 나쁘지 않다. 그는 "금메달은 물론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사람들에게 태권도의 재미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황경선·차동민의 올림픽 2연패 도전

태권도 사상 최초의 올림픽 2연패(連覇)를 각각 노리는 26세 동갑내기 친구 황경선과 차동민도 한국에 금메달을 안길 후보다. 10일 오후 7시 1회전을 치르는 여자 67㎏급의 황경선은 한국 태권도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출전을 이룬 간판스타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내고 절치부심한 그는 4년 뒤 베이징올림픽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황경선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얼굴 공격을 집중적으로 보강했다. 발차기의 강도가 탁월해 전자호구 적응에 대한 우려를 떨쳐버린 황경선은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후려 차는 얼굴 공격으로 다득점을 노릴 계획이다. '물건을 떨어뜨리면 성적이 좋지 않다'는 징크스 때문에 모든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았다는 황경선은 당뇨병으로 투병 중인 어머니에게 금메달을 바치는 것이 목표다.

역시 올림픽 2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남자 80㎏ 초과급의 차동민은 11일 오후 5시 15분 1회전에 나선다. 2m가 넘는 장신 선수들이 즐비한 최중량급에서 189㎝의 차동민은 스피드로 승부를 건다. 여기에 올림픽을 앞두고 얼굴 찍어 차기 공격을 새로 장착했다.

차동민은 "베이징올림픽 당시 결승전이 야구 결승과 겹쳐 금메달 따는 장면을 가족도 TV로 못 봤다"며 "이번엔 차동민의 이름을 확실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서른 살의 '올림픽 신인' 이인종(여자 67㎏ 초과급)은 차동민과 같은 날 금메달에 도전한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대표 선발전에 나섰던 그는 '3전4기' 만에 런던올림픽 대표로 선발됐다. 세계선수권에서도 2007·2009년 은메달을 따는 등 유난히 '1등'과는 인연이 없었던 그는 "매번 2등을 했기에 오히려 1등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며 "이번엔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