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단체전동메달 획득… 왜 4連覇 못쐈나]
4강 팀 지도자 모두 한국인… 멕시코, 한국 전훈이후 급상승
독화살 된 경기방식 개정 - 화살 수 줄여 이변 가능성 커져… 한국 준결승에서 8점 3발 쏴

양궁에 걸린 4개의 금메달 중 한국의 획득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꼽았던 남자 단체가 동메달에 그쳤다. 대부분이 당연히 정상을 지킬 것이라고 여겼다. 기대대로 한국 남자대표는 랭킹 라운드에서 223점을 쏘며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랬기에 토너먼트 패배는 더욱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양궁인들은 "경쟁국가의 기량이 눈에 띄게 늘어 언젠가는 한 번 닥칠 일이었다"며 "그게 런던에서 일어날지는 몰랐다"고 했다.

◇이변의 희생자가 됐다

한국 남자 궁사들은 우크라이나와의 8강전에서도 227점의 호기록으로 순탄하게 4강에 올랐다. 하지만 8강전 후 약 한 시간 정도를 쉬는 사이 바뀌어버린 바람 방향에 적응하지 못했다. 오진혁은 "바람을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여 오조준에 대한 확신 없이 경기를 치렀던 게 패인이었다"고 했다.

양궁은 관중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쏘는 화살 수를 줄이고, 토너먼트제와 세트제까지 도입하면서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쏘는 화살 수가 적기 때문에 기량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아 실수 한 발에 승부가 좌우될 수 있다. 일부에선 이런 경기 방식의 변화가 최강국인 한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는 한국엔 '독화살'이 돼 돌아왔다. 한국은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8점을 세 발이나 쐈다. 오진혁은 "훈련과 실제 경기를 포함해 220점 이하 점수를 쏜 적은 정말 드물다"며 "수십 차례 경기해야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한 점수가 하필이면 올림픽 4강전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고 했다. 다음 올림픽 때는 개인전뿐 아니라 남녀 단체전에서도 세트제가 도입된다. 하위 시드 팀(또는 선수)이 상위 시드를 꺾는 일이 더 많아지게 된다.

◇한국이 '한국'에 졌다

29일(한국 시각) 끝난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4강에 오른 팀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한국인 지도자가 가르치는 팀이다. 미국에 1점차 승리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는 석동은(57) 감독이 2001년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팀이다. 남자 세계 랭킹 1위 브래디 엘리슨이 속해 있는 미국은 1990년대 한국 대표팀을 이끌던 이기식(55) 감독, 4위 멕시코는 이웅(47) 감독이 조련했다.

양궁의 '한류 바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을 과시하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외국팀이 앞다퉈 한국 지도자 영입 경쟁을 벌였다. 이번에 출전한 40개국 중 한국인 감독이 11명이나 된다. 지도자 자격 카드를 받지 못해 정식 팀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은 코치도 5명이다. 이들은 한국 특유의 조련법을 현지 특성에 맞게 변용하면서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렸다. 멕시코 등 일부 국가는 수차례 한국 전지훈련을 통해 기량이 급속도로 향상됐다.

◇훈련방식 괜찮을까

외국팀의 한국인 지도자들은 "이제 한국도 훈련 방식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 양궁선수들은 올림픽 메달 따기보다 대표로 선발되기가 더 어렵다. 매년 6개월에 가까운 기간에 치열한 국내 선발전을 치른다. 20명 가까운 인원에서 3~4명으로 줄이는 대표선발전은 서바이벌 게임이다. 보통 이런 연습을 통해 한 선수당 1만 발 넘게 쏜다. 이뿐 아니라 야구장 소음적응훈련, 해병대 훈련 등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고된 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선발전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한 한국인 지도자는 "한국 양궁선수들은 다른 곳은 쳐다보지 않고 오로지 올림픽 메달만 생각하는 기계 같다"고 지적한다. 지나치게 완벽을 꾀하려고 하다 보니 자신이 실수하거나 상대방이 끈질기게 따라붙을 때 임기응변 능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모습도 보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