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팔꿈치 인대 끊어진 조준호, 투혼의 동메달
최민호의 훈련 파트너 출신, 쌍둥이 동생도 유도선수… 경기 후 할머니 별세소식 들어

"도둑맞은 심정이었죠." 경기가 끝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조준호(24·한국마사회)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30일(한국 시각) 엑셀 런던 경기장에서 에비누마 마사시(일본)와 벌인 유도 남자 66㎏급 8강전에서 3대0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두고도 심판위원장의 개입으로 판정이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심판위원장이 비디오 판독 끝에 연장전에서 기술을 걸었던 에비누마의 우세를 인정하면서 승패는 뒤집히고 말았다.

"처음엔 너무 당황해서 정신이 없었지만 감독님이 다음 경기를 얘기하시더라고요. 동메달을 딸 기회가 남아있었으니까요. 아픈 오른팔을 보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조준호는 에비누마와 경기하면서 업어치기를 시도하다 '뚝' 하는 소리를 들었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소리였다. 패자부활전으로 내려간 조준호는 오른쪽 팔꿈치를 테이프로 칭칭 감은 채 뛰었다. 그는 스페인의 스고이 우리아르테와 맞붙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왼팔로 버티다 또 한 번 판정까지 갔지만 결국 동메달을 땄다. 일본의 에비누마도 준결승에서 패한 이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준호는 '최민호의 그림자'로 불린 선수였다. 5년 전부터 최민호의 훈련 파트너로 뛰며 2008 베이징올림픽 때 최민호의 한판 퍼레이드에 밑거름이 됐다. 최민호가 "준호에게 너무 많은 기술을 가르쳐줬다"고 농담할 정도로 조준호는 최민호와 함께하며 선배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했다.

그러다 작년 최민호가 조준호와 같은 66㎏급으로 체급을 올리며 둘은 경쟁 상대가 됐다. 두 차례 선발전에서 조준호는 최민호에게 패했지만 대한유도회는 세계 랭킹이 높은 조준호가 본선에서 시드 배정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해 조준호를 올림픽 대표로 선발했다. "민호 형한텐 미안하죠. 금메달을 못 땄으니까. 그래도 민호 형은 제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 거라 믿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유도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한 조준호는 쌍둥이 선수로 유명하다. 동생 준현과 함께 각종 전국대회에서 동반 우승이란 진기록을 남겼다. 조준호는 그런 쌍둥이를 키워준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경기가 끝나고서야 들었다. 부모님이 올림픽을 앞둔 아들을 염려해 그동안 그 사실을 숨겨왔던 것이다. 취재진에게 소식을 전해 들은 조준호는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짓더니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는 이제 4년 뒤를 내다본다. 이번 동메달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따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 당장 목표는? "체중 조절 때문에 한 달간 못 먹은 라면을 실컷 먹고 싶어요. 아, 생각만 해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