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동메달 정진선 思父曲
간 질환 수술 받은 친아버지, 아들처럼 아껴준 양달식 감독

정진선(28)의 승부수가 통했다.

세계 랭킹 15위 정진선은 2일(한국 시각) 영국의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미국의 세스 켈시(31·세계랭킹 20위)를 꺾고 동메달을 땄다. 신장 185㎝의 정진선은 경기 내내 빠른 발놀림으로 키가 8㎝ 더 큰 켈시를 리드했다. 경기 종료 49초를 앞두고 동점이 되자 정진선은 자신이 공격해야 할 상황에서 시간을 끌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넘겼다. 경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선수가 20초 이상 서로 공격하지 않을 경우 심판은 서든데스 연장전을 선언할 수 있다.

연장에서 비길 경우 승자가 되는 프리오리테(우선권)는 켈시에게 있었다. 반드시 공격에 성공해야만 승리하는 상황에서 정진선은 연장 종료 20초를 남기고 주특기인 발 찌르기를 성공시켰다. 정진선의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이후 한국 남자 에페에서 12년 만에 나온 메달이다.

정진선은 1998년 중3 때 발안중 선배이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양달식(51) 화성시청 감독의 권유로 펜싱을 시작했다. 양 감독은 사비를 털어 각종 장비와 전지훈련 비용을 지원했다. 정진선은 양 감독의 영향으로 손잡이가 긴 프랑스식 검을 쓰고, 발 공격을 주특기로 삼게 됐다.

메달을 따고 나서 정진선은 "두 명의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했다. 친아버지와 양달식 감독이었다. 정진선의 친아버지는 최근 간 질환으로 수술을 받았다.

정진선은 "이제 경기가 끝났으니 빨리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며 "아들처럼 나를 아껴주시고 나 때문에 고생 많이 하신 양 감독님도 어서 뵙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