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펜싱이 '기적의 메달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구본길(23)·김정환(29)·원우영(30)·오은석(29)으로 구성된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세계 랭킹 6위)은 3일(현지 시각) 영국의 엑셀 런던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단체전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세계 7위)를 45대37로 꺾고 은메달을 확보했다.

한국은 8강에서도 세계 랭킹 3위 독일을 45대38로 제쳤다. 세계유소년선수권·세계청소년선수권 챔피언 출신인 구본길의 길고 빠른 팡트(찌르기)가 빛을 발했다. 남자 사브르는 이번 올림픽 펜싱에서 가장 유력한 메달 종목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개인전에서는 김정환이 32강, 구본길·원우영이 16강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11 아시아선수권, 2012 마드리드 국제월드컵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열린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는 남현희(31)·정길옥(32)·전희숙(28)·오하나(27)가 나선 한국 대표팀이 3·4위전에서 프랑스를 45대32로 이기고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펜싱 사상 첫 단체전 메달이다. 한국의 '에이스' 남현희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펜싱 첫 메달을 따낸 데 이어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 2개를 획득한 한국 펜싱 선수가 됐다.

개인전에서 연이은 역전패를 당해 메달을 놓친 남현희는 이날 어느 때보다도 과감한 공격을 펼쳤다. 개인전이 끝난 뒤엔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남현희는 단체전 이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했다. 펜싱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남현희가 피나는 노력으로 154㎝의 작은 키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것은 한국 펜싱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 남현희를 '본보기'로 삼았던 전희숙과 오하나도 이번 경기에서 안정된 기량을 뽐냈다.

한국은 이날까지 펜싱에서만 메달 5개를 따냈다.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역대 성적(금1·은1·동1)을 넘어섰다. 혹독한 훈련을 통해 스텝 수를 유럽 정상권 선수의 2배 수준으로 늘린 '토종 발 펜싱'이 국제무대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