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선 차남 현철씨 배석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아가 20분간 김 전 대통령과 환담했다. 이 자리에는 김 전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배석했다.

박 후보는 "나라가 한 번 더 도약하고 국민이 행복해지려면 대통합이 필요하다. 대통령께서도 대통합을 이뤄나가는 걸 잘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나라가 많이 어렵다"며 "아무튼 이때 여당의 대통령 후보는 참 중요한데, 하여튼 그래서 잘하쇼" 하고 답했다.

김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애국심이라는 말을 안 쓰는데 그게 참 안타깝다"고 하자 박 후보는 "그게 바탕이 돼야 모든 것을 사심 없이 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간 공개적으로 박 후보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해 왔고, 지난 4월 총선에서 차남 현철씨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자신을 찾아온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박 후보를 가리켜 "칠푼이"라고 했었다. 비공개 회동에서 두 사람은 김 전 대통령의 휘호 '무신불립(無信不立)'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김 전 대통령은 "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뜻인데 논어에 나온다"고 했고, 박 후보는 "만고의 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엔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박 후보는 "바로 이 방에서 (김 전) 대통령을 뵈었던 생각이 났다. 그때 제가 아버지 시절에 많이 피해 보시고 고생하신 데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렸고 대통령께서 화답해주셨다. 그 말씀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이 여사는 "예전에 육(영수) 여사님 만나 뵌 기억이 난다. 국회의원 부인들 다 초대해서 청와대에서 점심을 주셨다. 정말 친절하게 해 주셔서 얼마나 고맙게 생각했나 모른다"고 했다.

이 여사는 "여성으로서 만일 당선이 된다면, 여성의 지위가 법적으로는 향상이 많이 됐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으니까 세세한 데까지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이 여사는 비공개 회동에선 "만일 대통령이 되신다면 여성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여사는 또 "남북 관계가 잘나가다가 근래에 와서 개성공단 관광도 다 중지돼서… 그런 문제도 생각을 해 달라"고 했다.

박 후보는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행복하게 다 잘해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며 "(남북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