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美 경제 회복 속도 느리지만 남편의 약속 믿어달라" 호소… 폴리티코 "최강 연설 커플"
오바마 어려운 시절 거론하며 백만장자 롬니 후보와 비교

"남편(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성취했기 때문에 '아메리칸 드림'이 뭔지 안다. 그는 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 그들이 어디에서 왔건, 어떻게 생겼건, 누구를 사랑하건 (그들에게도)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4일(현지시각) 개막한 미 민주당 전당대회의 최고 스타는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였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타임워너 케이블 아레나를 가득 메운 민주당 지지자들은 눈물을 글썽이며 "미국 경제를 살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라고 열변을 토하는 미셸 여사에게 "4년 더!"를 외치며 환호를 보냈다. CNN은 "미셸이 홈런, 그것도 만루홈런을 쳤다"고 했고, 폴리티코는 "버락과 미셸은 아마도 미국의 '최강 연설 커플'일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오바마'의 헌신·고민 부각

미셸 여사는 이날 연설에서 자신이 지난 4년간 옆에서 지켜본 '대통령 오바마'의 헌신과 고민, 열정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미트 롬니 후보의 부인 앤 여사가 '인간 롬니' 부각에 집중했던 것과 차별화한 것이다.

미셸 여사는 "난 대통령 책상 위에 항상 어려운 이슈들이 올라오는 것을 봐왔다. 이 문제들은 자료나 통계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정답을 낼 수 없는 것들"이라며 "하지만 남편은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가치·비전·경험을 토대로 결정을 내렸고, 이 결정들은 미국을 전진시켜왔다"고 했다.

미셸 여사는 또 "남편은 매일 밤 국민들이 보낸 편지에 답한다. 납부 고지서에 허덕이는 아버지, 보험 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암투병 여성, 뛰어난 잠재력에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청년 등이 보낸 것"이라며 "답장을 쓰는 남편에게서 걱정스러운 표정과 함께 강한 의지를 동시에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은 미국민이 고통스러워할 정도로 경제 회복 속도가 느린 것이 사실이지만 남편의 경제 회복 약속을 믿어달라"며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내 남편, 우리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이 나라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게 다시 뭉치자"고 했다.

◇연설 중 '롬니' 한 번도 언급 안해

미셸 여사는 30여분간의 연설에서 '롬니'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하지만 미셸은 간접적으로 롬니의 재산 문제 등을 매우 효과적으로 건드렸다"고 했다.

그는 "버락에게 성공은 돈을 얼마나 많이 벌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생계를 빼앗지 않으면서 살아왔느냐의 문제"라며 롬니가 과거 사모 펀드를 운영하면서 노동자들을 '착취'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상기시켰다.

또 "첫 데이트 때 남편이 끌고 온 차는 너무 낡아서 문짝에서 녹이 떨어질 정도였다" "남편에게 가장 소중한 재산은 쓰레기 수집 용기에서 찾아낸 커피 테이블이었고, 단 하나 있던 정장 구두는 한 치수 작은 것이었다" 등 과거 일화를 통해 백만장자 집안에서 자란 롬니와 달리 오바마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보통 미국인'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