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환 삼환기업 명예회장

삼환기업 창업주이자 국내 건설업 1세대로 중동 진출의 물꼬를 텄던 최종환(87) 삼환기업 명예회장이 11일 오전 3시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1925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자택 인근에 주둔한 미군 공병대를 보면서 건설업에 뛰어들기로 결심, 1946년 10여명의 기술자와 함께 '삼환기업공사'를 창립했다. 1955년 서울 광장시장 신축공사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의 철골구조 건물인 삼일빌딩을 지었고, 신라호텔·국립극장·영빈관 등 유명 건축물을 잇달아 시공하며 명성을 쌓았다.

1971년 반도조선 아케이드 화재 사건이 났을 때는 단지 인근에 공사 현장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당시로선 거금인 3억원을 입주 상인들에게 보상금으로 내놓았다. '남한테 손가락질 받지 마라'는 좌우명에 따른 행동이다.

고인은 해외시장 개척에도 일찌감치 눈을 돌려 1960년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진출했고 1973년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카이바~알울라 고속도로 공사를 따냈다. 이 공사를 수주한 직후 석유 위기가 터져 자재 값 폭등으로 결국 400만달러 적자를 봤다. 하지만 당시 24시간 3교대로 횃불을 밝히며 공기를 단축해 현지인들에게 한국 건설업체의 근면과 신용을 각인시켰다.

대한건설협회 회장, 한미경제협의회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러경제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금탑산업훈장과 10억불 수출탑을 받았고, 1996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라는 자서전을 내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딸 용주씨, 며느리 한봉주씨, 사위 박성진씨, 손자 제욱·동욱씨, 손녀 영윤·지연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4일 오전 6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