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야권 단일화 경쟁 본격화

文, 도라산역서 개성공단 언급하며 '햇볕' 정통성 부각
내일 호남지역 1박2일 방문… 安風 잠재우기 나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상대로 한 단일화 경쟁을 의식한 행보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정당정치 필요성을 집중 강조하기 시작했고, 안 후보 측에 대한 공격도 시작했다.

문 후보는 25일 정동영·임동원·정세현·이재정·이종석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의 통일부장관들과 함께 경기도 파주 도라산역을 찾았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도라산역에서 17km 떨어진 곳에 중소기업의 희망이자 통일 경제의 시험장인 개성공단이 있다"며 "이 정부 들어 신규 분양이 중단되는 악조건 속에서 공단은 꾸준히 가동되며 수익을 냈고 결정적으로 남북 관계의 파탄을 막아주는 소중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선대위의 정책 캠프인 '미래캠프' 산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장에 정 전 장관을 임명하고, 임 전 장관과 이 전 장관 및 문정인·김기정 연세대 교수, 이근 서울대 교수, 고유환 동국대 교수 등을 고문이나 위원으로 위촉했다.

이런 움직임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안 후보에 대한 상대적 강점을 부각하고, 야당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 타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는 자신이 '민주당의 후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소속 의원 128명 전원에게 선거대책위원회 역할을 부여하겠다며, "이제는 정당의 책임정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이 발언도 정당 기반이 없는 안 후보의 약점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문 후보는 그동안 시간이 지나면 유권자들이 정당 후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해왔다. 오영식 전략홍보본부장은 워크숍에서 "문 후보가 안 후보와 차별화되는 부분은 안정된 국정 운영과 책임정치를 구현할 정당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문 후보를 민주당의 후보로 각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안 후보 진영에 대한 초보적 공격도 시작했다. 공보단장인 우상호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 안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선숙 전 의원에 대해 "박 전 의원이 GT(김근태)계로 분류되는 것은 의외"라며 "과거에 (고 김근태 상임고문 측의) 민주평화국민연대 활동을 같이했기 때문에 김근태 고문과 친분은 있지만, 정치권에 와서 민평련 모임에 나갔다거나 함께 활동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핵심 관계자는 안철수 후보가 이날 '복지 지출, 재정 연계 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며 기존 정치권을 비판한 데 대해 "재정과 복지 지출의 연계 검토는 너무 기초적인 얘기라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예산 지출을 어느 부분에 많이 할지를 놓고 싸우는 게 정당정치의 기본인데 너무 한가한 얘기를 한다"고 했다.

문 후보는 추석 직전인 2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 지역을 방문키로 했다. 문 후보는 호남 지역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여론조사 지지율이 뒤져 있다.

安, 정책자문단 토론서 "무상보육 철회, 이래서 정치 불신"
"재정·조세 함께 살펴야" 文의 보편적 복지론 공격도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기성 정당정치를 공격함으로써 문재인 후보를 우회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이다.

안 후보는 이날 기성 정치 전체를 공격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관철동의 한 사회적 기업에서 열린 본인의 정책 자문단 '내일'의 두 번째 포럼에서 정부의 0~2세 전면 무상 보육 철회 방침에 대해 "이래서 정치가 불신받고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착잡한 심정이 든다"고 했다. 이어 "이는 복지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한가를 나타내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복지 정책을 만드는 데는 재정·조세까지 함께 살펴보는 '융합'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이 낸 세금을 다시 국민에게 쓰는 것이 복지라고 한다면, 정교한 계획 아래 복지를 위해 어느 정도 세금이 더 필요하고, 그 부분을 어디에 쓸 수 있는지도 세심하게 대응을 세워주십사 하고 (자문단께) 부탁을 드린다"며 "복지와 경제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신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최근 1~2년 사이 여야 정당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복지 정책 확대에 집중해 온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편적 복지'를 강령으로 못박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겨냥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여야가 싸우다가 정작 국민이 필요한 것들을 외면하거나, 반대로 국민을 위한다고 재정을 외면해온 것 아니냐"며 "안 후보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0~2세 무상 보육 철회는 정부가 재정난 때문에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고 여야 정당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안 후보의 비판이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 후보가 이날 "(나는) 지난 수요일(19일·대선 출마 선언) 이미 다리를 건넜고,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는 표현을 써가며 완주 의지를 강조한 것도 문 후보를 의식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릴 수도 있는 말이었다. 이에 대해 유민영 대변인은 "국민을 보고 끝까지 간다는 의미"라고 했다. 정연순 대변인은 "단일화 문제를 지금 언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지난 출마 선언에서 '앞으로는 정치인으로 살겠다'고 말한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단일화할 때 하더라도 반드시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안 후보가 스스로 대선 출마 결정을 접을 리는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는 예정된 코스"라고 말했다.

한편 안 후보는 26일에는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예정이다. 문재인 후보는 후보로 확정된 이후 아직 봉하마을을 찾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는 봉하마을 방문에 이어 고향인 부산을 찾아 시민들과 만난다. 부산은 문 후보의 지역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누가 부산 민심을 잡느냐가 두 사람 간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부산 지역 지지율은 두 사람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천자토론]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