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승부 美대선 D―12 경합지역 유세현장을 가다
오하이오 간 오바마 - 놓치면 치명타 될 제1승부처
"롬니는 기억상실 '롬니지어' 자기 홈피 내용도 기억 못해"
콜로라도 간 롬니 - 콜로라도는 롬니 열풍의 시작
"오바마, 빅버드같은 말장난" 오바마 거론때마다 청중 '부~'

초박빙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 대선의 승패는 결국 경합주(스윙 스테이트) 10여곳이 가른다. 11월 6일로 다가온 선거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는 경합주 표심을 잡기 위한 마지막 총력전에 돌입했다.

◇오하이오의 오바마

"헬로, 오하이오! 열광할 준비 됐습니까."

오바마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청중을 장악하는 특유의 에너지는 여전히 넘쳤다. 23일(현지 시각) 오후 오하이오주 데이튼 트라이앵글 파크의 야외 유세 무대에 오른 오바마에게 지지자 1만여명은 "4년 더!, 4년 더!"를 외쳤다.

오바마가 올해 오하이오를 찾은 것은 이번이 17번째다. 다른 어느 주보다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 5월 대선 출정식은 물론 이날 조 바이든 부통령과 처음 합동 유세한 장소로 모두 오하이오를 선택했다. 롬니도 20여 차례 이곳을 찾았을 만큼 선거인단 18명이 배정된 오하이오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제1 승부처'로 인식되고 있다. 공화당 후보 중 오하이오를 놓치고 당선된 전례가 없다는 상징성도 있다.

오바마는 이날도 롬니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자동차 산업 중심지인) 디트로이트가 파산하게 놔두자'고 했던 롬니가 갑자기 스스로를 '자동차맨'이라고 한다. 토론을 해보니 롬니는 자기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도 기억을 못 한다"며 "이게 바로 '롬니지어(Romnesia)'"라고 했다. 롬니지어는 롬니의 이름과 기억상실증(Amnesia)을 합성한 말이다.

이날 유세 현장에서 만난 오바마 지지자들은 "오하이오의 경제가 매우 안 좋지만, 이는 (공화당) 부시 정부의 책임이고, 오바마는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조사에서 오바마와 롬니는 오하이오에서 각각 지지율 47.6%, 45.7%를 기록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오바마는 근소하나마 줄곧 우위를 보이고 있다.

◇콜로라도의 롬니

같은 날 오후 콜로라도 덴버 인근의 야외 공연장 레드록스앰퍼시어터. 롬니의 선거 주제곡인 '본 프리(Born free)'가 흘러나오자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 1만여명이 일제히 환호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롬니는 소매를 걷어올린 흰색 와이셔츠에 줄무늬 넥타이 차림으로 손을 흔들며 등장했다.

단상에 오른 롬니는 "오바마가 '빅버드'(유아 TV프로 캐릭터) 같은 말장난이나 일삼고 있다. '빅버드'가 이 나라의 어젠다냐. 진짜 어젠다는 일자리와 경제, 세계의 평화"라고 말했다. 또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향후 4년 동안에도 2300만명이 일자리 없이 헤매고, 여러분의 소득은 매년 줄어들 것이며, 여러분의 집값은 내려가고, 휘발유값만 오를 것"이라며 "진짜 회복을 원한다면 롬니를 밀어달라"고 호소했다. 롬니가 '오바마'를 거론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부~' 하는 야유가 쏟아졌다.

콜로라도는 선거인단은 9명이지만 롬니에게는 '성지(聖地)'와도 같은 곳이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당선권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였던 롬니는 덴버에서 열린 1차 TV 토론 압승으로 단숨에 분위기를 뒤집었다. 롬니는 이날 유세를 통해 '콜로라도발(發) 열풍'이 다시 전국으로 번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1~2%포인트 차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오후 7시쯤 시작됐지만, 행사장으로 향하는 도로에는 이미 오후 5시부터 3㎞가 넘는 차량 행렬이 생겨났다. 6000여명은 자리가 없어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유세장을 찾은 지지자는 대부분 백인이었으며, 흑인이나 히스패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14세 딸, 11세 아들과 함께 유세장을 찾은 주부 케이티(41)씨는 "TV 토론도 봤지만, 직접 보니 롬니가 말도 잘하고 좋은 대통령감이라는 느낌이 더욱 확실하게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