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0·26 33주기 추도식서 "피해 보신 분들께 사과"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뜻 밝혀
지만씨·올케 서향희씨·근령씨·최필립 이사장 등은 불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제33주기 추도식에 참석, "이제 (사람들이) 아버지를 놓아 드렸으면 한다"고 했다.

박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간의 과거사 논란에 대해 '그동안 수차례 밝힌 대로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책임지고 노력할 테니, 이제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입장을 아버지의 기일을 계기로 상징적으로 밝힌 것이다. 한 친박 관계자는 "'아버지를 그만 놓아달라'는 말에는 딸인 자신의 대선 출마로 최근 국회에서 친일 논란까지 벌어지는 등 박 전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렵다는 심정도 담겨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미래로 가기 위한 방법론과 관련 "아버지 시대에 이룩한 성취는 국민께 돌려 드리고, 그 시대의 아픔과 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버지에게는 그 당시 절실했던 생존 문제부터 해결하고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자 철학이었다. 그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와 피해를 보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지난달 말 5·16과 유신 등에 대해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사과한 데 이어 재차 사과한 것이다.

박 후보는 앞으로는 야권이 정치 공세 차원에서 제기하는 각종 과거사 논란에는 대응하지 않고, 자기 일정대로 국민 대통합 행보를 계속해 나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추도식에 과거 유신 정권에서 피해를 본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한광옥 수석부위원장, 김경재 기획담당특보 등이 처음으로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후보는 다만 아버지의 공(功)과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는 힘 없는 나라의 지도자셨다. 경제 개발의 종잣돈이 없어서 다른 나라에 머리를 숙여 도움을 청해야 했고, 열사의 땅과 정글 속에 뿌려진 우리 국민의 피와 땀으로 고속도로를 닦고 공장을 건설하면서,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셨던 가난한 나라의 지도자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는 대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의 나라 사랑의 뜻을 가슴에 담고 산업화 시대의 역량과 민주화 시대의 열정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에 새로운 시대를 반드시 열어가겠다"고 했다.

박 후보에게는 이날 내용이 서로 다른 연설문 두 개 정도가 보고됐지만 박 후보가 중요한 표현은 직접 고치고 새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후보의 동생 지만씨와 올케 서향희 변호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화환을 보냈다. 화환에는 지만씨 부부의 아들 세현(7)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박 후보의 동생 근령씨도 불참했다. 5촌 조카인 가수 은지원씨는 박 후보 바로 뒷좌석에 앉았다.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은 불참했지만 화환을 보냈다.

한 친박 관계자는 "후보 주변에서 논란이 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언론 노출을 자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엔 경찰 추산 1만2000명이 참석했다.

박 후보는 추도객들과 1시간 30분간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