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조인원 기자

'중도사퇴때 보조금 반환·투표시간 연장 동시 처리' 文 수용하자 새누리 발 빼
먼저 말 꺼냈던 새누리 이정현, 야당 공세 자초해 黨서도 곤혹
朴 "개인이 마음대로 못하는 것"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투표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2시간 연장하자는 문제를 놓고 1일 여야 대선 후보가 직접 맞붙었다.

야권(野圈)에선 그동안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시간 연장을 주장해왔다. 반면 새누리당은 "투표일이 휴일이기 때문에 투표 시간 연장은 불필요하다"면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가 중도에 사퇴할 경우 국고에서 지원받은 금액을 반납하도록 하는 '먹튀방지법'도 함께 논의하자"고 해왔다.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규칙을 바꾸자는 논쟁을 벌여온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지난 31일 새누리당의 '먹튀(먹고 튄다는 속어)방지법'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허를 찔리게 되자 "두 사안을 함께 논의하자고 한 것이지, 먹튀방지법 수용하면 투표 시간 연장을 받아주겠다고 연계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문 후보는 이런 새누리당에 대해 1일 "정치가 무슨 장난이냐"며 "우리는 정말 진지하게 논의하고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 알아보니 교환 조건으로 얘기한 게 아니라 '이런 법도 논의해보자, 보조금 국고 지원금도 같이 논의하자'고 제안한 걸로 안다"면서 "국회에서 여야 간에 논의하고 합의해야지 개인이 이렇게 법을 만들라, 폐지하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당의 일방적 주장이었던 투표 시간 연장 문제를 여야 간 중요 쟁점이 된 건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의 지난달 29일 기자 간담회 발언이 계기였다. 이 단장은 당시 "대선 후보 중도 사퇴 시 국민 혈세를 먹고 튀는 것을 막기 위한 '먹튀방지법'과 '투표 시간 연장법'을 동시에 국회에서 논의해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야당 등에게 '연계 처리 요구'로 이해됐고 문 후보가 "수용하겠다"고 했던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단장의 제안이 야당의 공격거리가 되자 이날 황우여 대표까지 나서서 "법의 성격이 다른 것을 연계하는 것은 정치적 악용"이라고 방어에 나섰다. 겉으로는 이 단장을 '지원'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단장 때문에 곤혹스러워졌다"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