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新컨버전스 시대] [3·끝] 업종 경계 허물어진다
삼성TV, 빅데이터 활용 나서
- 시청자 습관·선호도 분석 기술, 소프트웨어 경쟁 본격 출사표
각 분야 1등들, 밥그릇 뺏기 경쟁
- 페이스북은 자체 검색 서비스… 구글, 스마트폰 연내 출시 예고
SW·HW 둘 다 잘해야 생존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미국에서 폐막한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비장(祕藏)의 무기를 선보였다. TV 시청자가 "오늘 뭐 보지"라고 말하면 TV가 "이 프로그램이 어떠세요"라고 권유하는 'S-추천(Recommendation)' 기능이다.

전 세계 삼성 스마트 TV 시청자의 시간대·요일별 시청 동향과 선호도 등 대용량 자료(빅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해야만 가능한 기술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전 세계에 시청 정보수집을 위한 서버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TV 업계가 더 얇고, 선명한 TV를 만드는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 소프트웨어·콘텐츠를 융합해 통합 생태계를 갖추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부사장은 "하드웨어 혁신만으로는 TV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TV 한 대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광고·전자상거래 등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T 공룡들의 융합전략

전 세계 IT업체들은 업종 간 벽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융합(融合)기술'을 미래 성장의 키워드로 삼고 있다. 구글·애플·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사활을 걸고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페이스북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그래프 서치'란 검색 서비스를 내놓고, 구글에 도전장을 던졌다. 전 세계 회원 10억여명을 바탕으로 검색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자체 스마트폰도 출시해 애플·삼성과 경쟁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구글은 검색과 모바일 운영체제(OS·안드로이드)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하드웨어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연내에 자회사 모토로라를 통해 차세대 스마트폰 'X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등 최신 부품에 검색·지도·이메일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갖춰 애플 아이폰에 뛰어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간 삼성·LG·HTC 등 글로벌 제조사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온 단계에서 벗어나 이젠 하드웨어 시장까지 넘보는 것이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태블릿 PC인 '서피스'를 내놨고,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도 '킨들파이어'를 앞세워 태블릿 PC 전쟁에 뛰어들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시너지가 필수요소

7년 연속 TV 시장 1위를 달성한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한 업종에서 1위가 됐다고 자만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며 "우리의 경쟁상대는 TV가 아닌, 이종(異種) 산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구도를 깨고 예상치 못한 경쟁자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것이라는 뜻이다.

삼성은 하드웨어 1위를 굳힌 여세를 몰아 소프트웨어를 통한 생태계 구축에 몰두하고 있다. '껍데기'만 팔아선 장기적인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은 인텔과 함께 '타이젠(Tizen)'이란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파트너인 구글과 사이가 나빠질 경우에 대비해 우회로(迂廻路)를 확보해둔 것이다.

애플은 소프트웨어(iOS·시리)와 하드웨어(아이폰·아이패드)를 두루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사방에서 몰려오는 IT 공룡들의 도전에 맞서 힘겨운 방어전을 펼치는 형국이다.

요즘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어느 한 분야에만 능해선 최적의 제품을, 빨리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것이 IT 업계에서 상식으로 통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장악해야 서로 축적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미국 시장분석기관 오퍼스리서치의 그렉 스털링(Sterling) 애널리스트는 "대형 IT 업체들이 업종 간 영역을 넘어 서로의 시장에 '땅 따먹기'하듯 진출하고 있다"면서 "업종 간의 융합은 진정한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하다는 뜻) 서비스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