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니콜 키드먼이 20일(현지 시각) 미국 파크시티에서 열린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 시사회가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로이터 뉴시스

세계적 배우 니콜 키드먼, 영화 '스토커'에 출연한 까닭은
美 선댄스 영화제서 시사회
"그의 영화는 섬세하고 생생해"
朴 "엽기감독 많이 만난 키드먼 내가 어떤 얘기해도 놀라지않아"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는 단 하나, 박찬욱 감독 때문입니다."

1950년대 풍의 밤색 코트와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 까만 장갑을 낀 '그레이스 켈리 스타일' 옷차림의 세계적 톱스타 니콜 키드먼(Kid man·45)이 이렇게 말했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Stoker)'시사회가 끝난 뒤 한 관객이 "이 영화에 왜 출연했느냐"고 묻자 한 대답이다.

박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는 오는 27일까지 이곳에서 열리는 제29회 선댄스 영화제의 프리미어 부문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키드먼은 남편을 잃고 딸과 불화를 겪는, 정신적으로 쇠약한 여자의 역할을 맡았다. '페이퍼보이'(감독 리 다니엘스)에 이어 다시 인디영화(독립영화) '스토커'에 출연한 그는 최근 할리우드 리포터 인터뷰에서 "내 심장은 독립적이다. 배우로서 난 내 선택에 죽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키드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에 대해 "아주 정확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가 영화를 구성하는 방식과 색감, 화면 등 모든 게 그렇다. 그의 영화는 생생하고 아름답다"고도 했다.

키드먼은 영화 작업의 뒷얘기로 "영화 속에서 우리가 입은 옷과 액세서리 하나하나 다 그(박 감독)가 직접 고른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 감독은) 정말 섬세해요. 그의 작품에 참여하고, 그의 악기가 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박 감독도 이날 본지와 인터뷰에서 "니콜은 경험이 많은 배우라 내가 어떤 얘기를 해도 놀라지 않는다. 그는 (나와 일하기 전에 이미) 온갖 별나고 이상하고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상상력을 가진 감독들을 만나봤다"라고 했다. 키드먼은 라스 폰 트리에('도그빌'), 고(故) 스탠리 큐브릭('아이즈 와이드 셧'), 구스 반 산트('투 다이 포') 등 세계 유명 감독들과 함께 작업했었다. "제가 캐릭터 해석을 내놨을 때 (정색한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요?'라며 당황할 수도 있을 텐데 니콜은 다 받아들여요. 그가 특별하게 느껴진 건 미모 때문이 아니라 그가 함께 작업한 감독들의 명단 때문이에요. 평소 니콜과 촬영할 때는 한국에서 오달수랑 일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기분이었는데, 가끔 '아, 이 사람 (거장 스탠리) 큐브릭과 일했던 사람이지' 하면서 스스로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