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군신위'로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예술공헌상 받은 영화감독 박철수
어제 교통사고로 타계

영화 '접시꽃 당신'(1988) '오세암'(1990) '학생부군신위'(1996) 등을 연출한 박철수(65) 감독이 19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경기 용인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박 감독은 19일 0시 30분쯤 용인 죽전동 건널목에서 윤모(36)씨가 운전하던 승합차에 치였다. 박 감독은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를 낸 윤씨는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92%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 감독은 1948년 대구에서 태어나 성균관대를 졸업했다. 고향인 대구에서 교편을 잡다가 기업체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영화계에는 1978년 '골목대장'으로 발을 들였다. '밤이면 내리는 비'(1979) '아픈 성숙'(1980) 등을 연출한 뒤 1980년 MBC에 드라마PD로 입사했다. 1985년에는 PD로 일하면서 얻은 3개월 휴가 기간에 연출한 '에미'로 제24회 대종상 작품상을 받았고, 1988년 방송사를 나와 영화계에 재진입했다.

이후 '안개기둥'(1987) '접시꽃 당신' '오늘 여자'(1989) '물 위를 걷는 여자'(1990) '오세암' 등을 통해 주목받았다. 1996년 연출한 영화 '학생부군신위'는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받기도 했다. 1997년에는 한국 영화 최초로 실제 분만 장면을 담은 '산부인과'를 만들었다. 2003년작 '녹색의자'는 선댄스영화제 경쟁 부문과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특히 1995년 만든 '301 302'는 할리우드에서 '컴펄션(compulsion)'이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됐다.

고인은 특정 장르를 고집하는 대신 여러 독창적 영화 실험을 해왔다. '에미'에서는 성폭행당한 딸을 대신해 복수하는 모성을 충격적 영상으로 담아냈다. '학생부군신위'에서는 한 노인의 죽음을 맞아 모인 가족과 문상객들의 모습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고찰했다. '녹색의자'에서는 유부녀와 미성년 고등학생의 사랑을 통해 윤리와 사랑의 관계를 물었다.

박 감독은 예순을 넘긴 최근까지도 영화를 만들었다. 2011년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을 선보였고 올 초에는 '베드'를 개봉했다. 최근에는 신작 '러브 컨셉추얼리'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 중이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08호실, 발인은 21일 오전 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