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레코드 창립자 봉철] 한국 가요사 이끈 산증인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 음반사인 오아시스 레코드의 창립자이자 가요계 산증인으로 불려온 봉철(83) 전 봉소리사 대표가 지병인 대장암으로 7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6·25 전쟁으로 나라가 어수선하던 1952년 지인들과 동업 형태로 '오아시스 레코드'를 창립해 한국 가요계의 초석을 다졌다.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오아시스 레코드는 이 회사 사원이던 손진석(2011년 작고) 전 대표가 1960년대 경영권을 본격 인수한 뒤 남진·나훈아 등 당대 스타 가수를 잇따라 발굴하면서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레이블(음반 제작사)로 전성기를 누렸다.

오아시스 레코드의 경영권을 넘겨준 봉 사장은 이후 자신만의 레이블 '프린스 레코드'를 설립했으나 사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음반 유통자로 변신해 가요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가 서울 청계천에 설립한 '봉소리사'는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음반 도매상으로 성장해, 전국 각지의 음반사와 음악다방 등에 LP와 테이프를 보급하는 '유통 허브' 역할을 했다. 봉소리사는 2000년대 이후 오프라인 음반 시장의 쇠락과 청계천 복원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급속히 사세가 위축됐고 봉 사장 역시 음반 유통업을 접어야 했다.

봉 사장은 현역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한국 가요사 연구자들의 인터뷰와 구술 작업에 활발히 응하며 가요계 역사를 기록하는 데 이바지했다. 유족은 부인 전재숙씨와 1남 3녀. 발인은 9일 오전 10시 서울 국립의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