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문재인 측, 단일화 협상 前後 내막 진실 공방]
安 "실익도 없는 그런 요구 할 사람 있겠느냐" 직접 반박
文측, 문서 들어보이며 "安측 요구사항에 그 표현 있다"

정봉주 前의원, 安출마에 '노원병신' 막말했다가 사과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예비 후보로 등록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후보 측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진실 공방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하나뿐인 진실에 대해 양측이 완전히 다른 말을 하고 있다. 13일에는 안 전 교수가 직접 뛰어들었고 문 후보의 비서실장이었던 노영민 의원이 즉각 반박했다.

◇安 "그런 바보 같은 요구를…"

논란은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 몸을 담았던 한상진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의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과 관련된 말에서 비롯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안 전 후보가 문 전 후보에게 '내가 단일후보가 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했지만 문 전 후보가 거절했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친노 패권주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문 전 후보 측 사람들은 초기엔 대응을 하지 않다가 한 위원장이 8일 "문 전 후보와 이해찬 전 대표부터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폭발했다. 문 전 후보 선대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했던 홍영표 의원은 11일 한 위원장의 '안철수 입당' 관련 발언 내용을 전면 부인하며 "안 전 교수 측이 유세 지원 조건으로 '안철수 전 후보는 이미 국민의 마음속에 미래의 대통령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발언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했다.

이후 양측 간에는 "사실이다" "거짓이다"는 공방이 매일 오갔다.

13일 안 전 교수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실익도 없는 그런 바보 같은 요구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지난 11일 귀국 기자회견에서는 대답을 피했다가 이틀 만에 공방 속에 직접 들어간 것이다.

◇文측 노영민, "문서로 전달받았다"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이었던 노영민 의원은 즉각 안 전 교수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문건을 갖고 있다"며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할 생각까지 했으나 문 전 후보와 다른 의원들이 말려 참고 있다"고 했다.

노 의원은 글자가 빽빽하게 적힌 3장의 A4 용지를 들어 보였다. 그는 "인쇄된 글자가 찍혀 있는 2장은 안 전 교수 측이 단일화 협상과 이후의 협력 과정에서 요구 사항을 담아 가져 왔던 문건이고 수기(手記)로 글자가 적혀 있는 1장은 민주당 측이 협상장에서 안 전 교수 측의 요구 사항을 적은 기록"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쇄된 글자가 찍힌 2장 중에 '미래 대통령' 표현이 들어 있다"고 했다. 안 전 교수 측이 문서로 '미래 대통령' 발언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노 의원은 "'미래 대통령' 외에도 국민에게 알려지면 안 전 교수 측이 부끄럽게 여길 만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아직은 공개할 수 없다"며 "문서를 가져온 사람은 협상에 참여했던 안 캠프의 핵심 인사"라고 했다.

노 의원은 "안 전 교수는 몰랐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여러 명의 핵심 측근이 '미래 대통령' 표현을 넣어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던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노 의원은 또 "대선 과정을 정확하게 복기하기 위해 모든 기록을 남겨뒀기 때문에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도 전화 통화에서 "근거 없이 내가 그런 얘기를 하겠느냐? 기록으로 증명할 수 있다. 진실은 하나다"고 했다.

◇安 측, "터무니없는 얘기"

안 전 교수 측 사람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지원 유세 재개 조건으로 여러 가지를 논의했을 수는 있지만 '미래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요구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혹시 누군가 그런 요구를 했는지 파악하고 있으나 우리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진실 공방이 끝까지 갈 수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으나 한쪽에 큰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원병 출마 논란도 거세져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한 강연에서 "결점을 공개하지 않아 완벽한 인간으로 주접을 떨다가 '노원병'의 신(神)이 되고자 하는 사람, '노원병신'"이라고 했다. 그는 13일 '막말성 표현'을 했다며 사과했다. 박지원 의원도 "'단일화하지 않겠다' 또는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야권 분열의 씨앗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나는 안철수의 새 정치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대철·이부영 전 의원은 13일 "야권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안 전 교수가 당선돼야 한다"며 "안 전 교수가 이번 선거에서 지면 야권 전체가 지는 것이며 민주당에도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