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14일“획일적으로 폭탄주 돌리는 문화, 먹기 싫은 사람까지 먹게 하는 비민주적인 음주 문화를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기병 기자

"재임중 음주문화 개선 성과낼 것… 술 돌리기, 국민건강 해쳐
反지성적 술 문화, 우리 사회의 창의력까지 억누르고 있어"

"나는 우리나라 음주 문화에 한(恨)이 맺혀 있습니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강요하는 폭탄주'를 싫어한다. 그는 재임 중 어떤 방식으로든 한국의 잘못된 음주 문화를 고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 시행하겠다고 했다. 진 장관은 14일 본지와 통화에서 "음주로 인한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폭행 사건 대부분이 술을 마시고 일어나고 국민 건강에 끼치는 해악도 계산하기 힘들 정도"라며 "개인적으로도 술을 못해 술자리에 가면 항상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폭탄주 강권(强勸) 문화가 국민 건강을 해치고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이런 음주 문화를 개선할 수 있도록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재임 중 폭탄주 문화 개선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잘못된 음주 문화가 나라를 좀먹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의원 시절에도 기업들이 술접대하고 비용을 경비 처리하는 데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저서 '인간의 얼굴을 한 자유주의자의 세상읽기'에서도 "술 많이 마시는 사람이 멋있는 것처럼 여기는 전도된 가치관, 그런 폭탄주 문화가 우리 사회를 황폐화하고 있다"며 "폭탄주 음주 행태를 버리지 않는 한, 우리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非)문화적이고 비민주적인 민족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라를 위해 고민하고 토론해야 할 지도층이 폭탄주 접대에 젖은 현실이 안타깝다"며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있는 이런 반(反)지성적 문화가 우리 사회의 창의력을 억누르고 있다"고 했다.

진 장관은 14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도 폭탄주를 억지로 권하는 문화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혼자 만들어 마시면) 폭탄주 100잔을 먹든 1000잔을 먹든 좋은데 먹기 싫은 사람까지 강권하는 문화가 문제"라며 "폭탄주를 획일적으로 돌리는 문화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술을 강권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담배에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술에도 부과하는 방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개인적으로 무조건 찬성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음주 문화 개선을 위한 구체안(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령·성별로 세부적인 접근 전략을 마련해 술을 끊거나 줄이는 문화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술 마시는 문제까지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펴고 있다.

진 장관은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흡연율이 높다"면서도 "서민의 기호품이라는 문제, 물가 등 고려할 부분이 많다"고 말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2004년 국회에서 (담뱃값 인상에 대해) 투표했을 때 당연히 찬성표를 눌렀지만, 그때도 반대가 많아서 '이게 올리기가 어렵구나'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