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취임 기자회견서 개혁 29번 외쳐… "관료 되려면 부자 되려는 꿈 버려라"
원자바오 땐 "정치개혁" 강조 - "정부는 대중의 감시 받아야"
주룽지는 "부실 국유기업 정리" - 정부 기구도 절반으로 줄여

중국 리커창(李克强) 신임 총리가 첫 기자회견에서 '개혁'이란 단어를 29차례 언급하며 주룽지(朱鎔基)·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처럼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18일 보도했다.

신경보에 따르면 원자바오와 주룽지 전 총리도 첫 기자회견 때 '개혁'이란 단어를 수십 번 언급했다. 원자바오는 34번(2003년), 주룽지는 26번(1998년) 각각 '개혁'을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직면한 개혁 과제와 성과(리커창 제외)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다.

리커창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개혁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반면 원자바오는 '금융 시스템 개혁', 주룽지는 '국유 기업 개혁'이 당시의 주요 관심사였다.

현재 리커창이 직면한 개혁 과제는 부패 척결·정부기구 개혁·빈부 차 해소 등이 꼽힌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부패와 정부 신뢰는 물과 불의 관계라서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료가 되려면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버려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 개혁에 대해선 "뱀에 물린 팔뚝을 자르겠다는 결단력이 필요하다"며 정부 내 불필요한 부문에 대한 과감한 통폐합 의사를 밝혔다. 빈부 차를 해소하려면 기득권 이익을 깨야 하지만 "이익을 건드리는 게 영혼을 건드리기보다 어렵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영국 BBC 중문판은 중국 네티즌이 정리한, 이런 내용의 리커창 회견 어록을 보도했다.

반면 원자바오는 임기 내내 '정치 개혁'을 내세웠다. 첫 기자회견 때부터 "정부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와 대중, 여론의 감독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작년 3월 전인대 폐막 회견 때는 "정치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 개혁이 끝까지 이뤄질 수 없을 뿐 아니라, 문화대혁명 같은 비극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원자바오 시절 정치 개혁은 성과가 거의 없었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주룽지는 첫 기자회견에서 "양식 유통 개혁, 투자·금융 체제 개혁, 주택 제도 개혁, 의료 제도 개혁, 재정·세수 제도 개혁, 정부 기구 개혁 등 6가지를 하겠다"고 분명하게 제시했다. 실제 주룽지는 기존 정부 기구를 반으로 줄이는 개혁을 단행했다. '부실 덩어리'이던 국유 기업도 대폭 정리하는 등 상당한 경제개혁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리커창·원자바오·주룽지의 기자회견 스타일도 비교했다. 원자바오는 한시(漢詩)와 중국 고전을 많이 인용했고 통계 숫자도 자주 제시했다. 반면 리커창은 준비한 원고를 거의 보지 않았으며, 서구 지도자처럼 손과 팔을 자주 사용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 등 민감한 문제는 언급을 피하거나 추상적으로 답변했다. 주룽지는 기자 질문을 피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설명하는 스타일로 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