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이흠 서울대 명예교수

윤이흠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 종교학 '1세대 개척자'로 불리는 윤이흠(尹以欽·73) 서울대 종교학과 명예교수가 20일 별세했다. 학계는 "평생에 걸쳐 한국 종교 연구의 독창적 방법론 정립에 천착해온 스승을 잃었다"며 슬픔을 표했다.

1940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6·25전쟁 때 월남한 고인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밴더필드대와 노스웨스턴대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인은 광복 이후 '변방 학문'으로서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던 종교학의 외연을 넓힌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1980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에 임용된 고인은 윌프레드 캔트웰 스미스, 니니안 스마트 등 서구 종교학자들의 관점을 한국 종교학계에 소개하는 한편, '전환기의 한국 종교' '한국 종교 연구' '한국인의 종교' 등 다양한 저작 50여권을 통해 황무지였던 한국 종교 연구의 기반을 다졌다. 한국종교학회 회장, 한국종교사회연구소 소장, 민주평화통일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종교학과 김종서 교수는 "고인은 한국 종교의 특수성을 조명하는 방법론을 개발하면서도, 한국 종교사를 세계 종교사적 시각에서 조망하는 데 헌신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2005년 정년식에서 열린 고별 강연에서 "열 살 소년이었던 내가 항상 노니던 방죽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던 풍경, 이것이 내가 늘 꿈처럼 떠올리는 고향, 가산의 이미지"라고 말했다. 고인의 3년 후배인 금장태 명예교수는 "옳지 않다고 판단되면 격분하다가도, 돌아서면 바로 후회하고 미안해하던 윤 교수는 너무나 인간다운 평안도 사나이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부인 한균자 여사(전 방송통신대 교수)와 사별한 뒤 잇달아 전해진 고인의 부고에 지인들은 황망해했다. 고인과 함께 한국 종교학 1세대를 이끈 정진홍 명예교수는 "충분히 더 활동하시면서 후학을 양성하실 수 있었는데 이리 급하게 가시다니 학계의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유족으로 장남 우람(LG전자 근무)씨, 며느리 지재영(LG전자 근무)씨. 빈소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2일 5시 30분. (02)2227-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