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인사 쇄신·조직 개편 위해 TF팀 2개 만들어]
한달 이상 조직 점검키로… 간부급 인사 후폭풍 예고
원세훈 원장 시절 내부 불만, 취임전부터 면밀히 파악
對北정보·산업안보 강화… 국내 파트 기능은 줄일 듯

지난달 22일 임명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대대적인 인사 쇄신 및 조직 개혁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2일 전해졌다. 남 원장은 이를 위해 최근 국정원 내부에 2개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었으며 이 TF팀에 극소수 외부 인사도 참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2개 TF가 한달간 조직 점검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정원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앞으로 한 달 이상 조직 점검이 이뤄질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그 이후 특히 중간 간부급 이상에서 인사 후폭풍이 불어 닥칠 것"이라고 했다. 조직 개편은 국내 파트의 기능을 줄이면서 대북 정보 능력, 산업안보 역량 등을 강화하는 쪽으로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남 원장은 취임에 앞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조직 운영과 인사에 대한 국정원 내부 불만을 광범위하게 파악해 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가령, 국정원 감찰실의 경우 정치 바람을 가장 많이 탔던 부서라는 평가를 내부적으로 받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감찰실이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봐주지 않음으로써 요직으로 가는 인사를 왜곡시켰다는 불만이 국정원 내부에 팽배했고 남 원장도 이에 일정 부분 공감했던 것 같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남 원장 측은 내정되자마자 군 출신 인사를 통해 국정원 내부 직원과 사전에 접촉했고 그때 여러 가지 얘기를 들어 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남 원장 "나는 戰士가 될 것"

국정원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국정원 안팎에서는 "전임 원세훈 원장 시절에 파벌과 라인을 형성했던 사람들은 다 인사조치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명분을 중시하는 남 원장이 뚜렷한 기준이나 근거 없이 '밀어 붙이기'식으로 인적 쇄신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더 많았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상 공무원 조직을 과도하게 동요시키는 것을 용인하지도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차관급인 국정원 1·2·3차장 인사를 조만간 단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간부급 인사는 조직 점검이 끝난 5~6월쯤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차장 자리를 노리는 인사들 간에 서로 음해를 하는 조짐도 일각에선 나타나고 있다. 다만, 권력 핵심부나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움직임은 아직은 없다고 한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그런게 발각되면 아예 인사 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리는 박근혜 정부의 특성 때문"이라며 "오히려 외부의 힘이 국정원 내부 인사에 작용하려는 징후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주변의 한 인사가 모 국정원 간부의 차장 발탁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는 얘기가 떠돌아 다니기도 한다.

한편, 남 원장은 취임사에서 "나는 전사가 될 각오가 돼 있다. 여러분도 전사로서의 각오를 다져달라"며 "여러분의 사기와 복리 증진을 위해 후방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원장의 취임사는 역대 국정원장 가운데 가장 짧았다고 국정원 관계자들은 전했다.

남 원장은 이번에 극소수 군 출신 측근들만 국정원에 데리고 들어갔다고 한다. 남 원장이 육군참모총장 등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를 보좌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정원장 국방보좌관과 비서실 등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국정원 관계자는 "남 원장이 최소 인원만 데리고 들어옴으로써 '점령군'처럼 입성했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 같다"면서도 "그럼에도 그들에게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