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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DJ 1세대, 포크 음악감상실 '쉘부르' 만든 이종환

한국의 대표적 DJ 중 한 명인 이종환(76)씨가 30일 새벽 서울 노원구 하계동 자택에서 별세했다. 그는 2011년 폐암 판정을 받고, TBS 라디오 '이종환의 마이웨이' 진행을 그만두고 투병해왔으나 끝내 다시 마이크 앞에 앉지 못했다.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푸르셀의 연주곡 '아듀, 졸리 캔디(Adieu, Jolie Candy)'를 배경으로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라고 읊조리던 그의 음성은 한국 심야 음악방송의 상징 중 하나였다. 사탕 한 알 입에 문 듯한 말투로 차분히 팝송을 해설하던 그의 음악 프로그램은 당시 수많은 청소년을 라디오 앞에 붙들어 놓았다.

충남 아산 출신인 이종환씨는 음악감상실 '디쉐네'의 DJ로 활동하다가 1964년 MBC에 라디오 PD로 입사했다. 그는 당시 '한국 최초의 DJ' 최동욱이 진행하던 CBS 라디오 '탑튠 쇼'에 맞서 '탑튠 퍼레이드'라는 프로그램의 연출과 진행을 맡았다. 한국 DJ 제1세대의 탄생이었다.

이종환씨는 이후 1970년대 '별이 빛나는 밤에'와 80년대 '밤의 디스크쇼'를 진행하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1989년 미국으로 떠나 LA 라디오코리아 방송국장과 한인방송 사장을 역임한 그는 1992년 귀국해 다시 MBC 스튜디오에 앉았다. 특히 1995년부터 최유라와 함께 진행한 '이종환·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는 구수한 말솜씨로 최고의 청취율을 올리기도 했다. 1996년 MBC가 20년간 라디오를 진행한 DJ에게 수여하는 '제1회 골든마우스상'을 받았으며, 2000년 MBC 명예의전당 방송인 부문에 헌액됐다.

그러나 2002년 자신을 비난하는 글을 올린 청취자에게 전화를 걸어 폭언한 것을 계기로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하차했다. 이듬해인 2003년 MBC FM '이종환의 음악살롱'으로 복귀했다가 같은 해 7월 만취한 채 생방송에서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또다시 하차, 한동안 방송에서 자취를 감췄었다.

포크 음악 발굴에 관심 많았던 그는 MBC PD를 퇴사한 1973년 서울 종로 2가에 음악감상실 '쉘부르'를 열어 쉐그린, 어니언스, 남궁옥분, 최성수 같은 포크 가수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기도 했다. MC 허참과 개그맨 주병진도 '쉘부르' 출신이다. '이종환 사단'이라 불린 이들은 지난 11일 '쉘부르 40주년, 이종환 방송 50주년 기념공연'을 열었다.

이날 서울대학교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가수 이문세, 남궁옥분, 강승모 등이 보낸 조화가 줄을 이었고, 함께 라디오를 진행했던 최유라는 트위터에 "자주 찾아뵐걸, 후회가 밀려옵니다. 너무 죄송해요. 편히 쉬세요"라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유족은 부인 성성례(73)씨와 아들 한열, 딸 효열·효선·정열씨가 있다. 발인은 6월 1일. (02)2072-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