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내일' 출범… 정당 前단계 조직으로 활용]

어제 행사서 회원약정 받아 "사전에 거르기보다 모은 후 玉石 가려 역할 맡길 것"
대선 등서 함께한 30명은 기획위원으로 참여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19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을 갖고 사실상 신당 창당 작업을 시작했다. 안 의원 측은 '내일'을 '정당 전(前) 단계 조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인 세력화·조직화 작업도 시작했다.

◇안철수, 7월부터 전국 돌 예정

이날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한국사회 구조개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는 600여명이 몰렸다. '안철수 정치세력'의 총집결이었다. 대선 때부터 안 의원을 도왔던 측근들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예비 정치인들도 많았다.

여야 의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는 축사를 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이주영 여의도연구소장이 황우여 대표를 대신해 축사를 했다. 민주당 변재일·오제세·이석현·양승조·남윤인순 의원, 새누리당 김무성·이완구 의원 등도 참석했다. 안 의원 측은 국회의원 전원에게 초대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이날 심포지엄 인사말에서 '내일'이 주최하는 세미나를 서울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내일'은 7월에 전국 3개 지역을 돌며 세미나를 가질 계획이다. 지역별 세미나가 안철수 진영의 전국적 세력화 작업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지역 인재 발굴 작업도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축사에서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내일' 기획위원 30명… 사실상 정당 역할

'내일'에는 대선 및 4·24 보궐선거 때 선거운동을 한 30명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다. 대선캠프 주요 실장·팀장급 인사들은 대부분 참여했고, 이들 중 일부는 발기인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한 인사는 "기획위원들끼리 조만간 공보·기획·조직 등으로 역할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당의 여러 실·국에 준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내일' 창립을 계기로 안 의원의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안 의원은 "콘크리트가 단단한 기둥이 되기 위해서는 시멘트뿐만 아니라 모래, 자갈, 물이 합쳐져야 한다"며 "복잡·다양한 오늘날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 가치·이념들이 공존·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념과 성향을 따지지 않고 여러 사람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정당으로 가려면 일단 가리지 않고 사람을 아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일'은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회원 약정을 받기 시작했다. 대선 과정에서 '지역 포럼' 형태로 존재했던 지역 조직도 대거 회원으로 참여토록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내일' 관계자는 "지역 조직·인물에 대해서도 사전에 거르기보다는 일단 전부 받아들인 후에 옥석(玉石)을 가려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루에만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가입 약정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장에선 사실상의 입당 원서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내일' 이사장을 맡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날 발제에서 '진보적 자유주의'를 새로운 정당의 이념으로 제시하며, "진보적 자유주의 정당은 '센터 레프트(center left·중도 좌파)'에 가까운 모습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