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의 일은 내부서 끝내야… 원칙 따르지 않는 선수는 과감하게 포기할 것"

"대표팀 내부의 일이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작년 런던올림픽 기간 중 SNS 사용을 금지한 것처럼 앞으로도 대표팀 소집 기간 중 SNS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

4일 만난 홍명보<사진> 신임 축구 대표팀 감독은 기성용(스완지시티)과 윤석영(QPR) 등 일부 해외파 선수들이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통해 최강희 전 감독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불거진 '대표팀 불화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홍 감독은 "나의 대표팀 운영 매뉴얼에 SNS는 없다"며 "원칙을 따르지 않는 선수는 과감하게 포기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대표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있는데 팀워크를 해치거나 잡음을 일으킨다면?

"기량이 정말 뛰어난 선수라면 먼저 설득할 것이다.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하나의 팀으로서 움직이기 위한 합리적 기준이 있었다. 한국식 위계질서가 아니라 팀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원칙들이다. 이 원칙을 지키지 못한다면 구성원이 될 자격이 없다. 기성용을 비롯해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을 선발할 때도 이런 원칙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 뒤 결정했다."

―일부 대표팀 선수들이 SNS에 올린 글들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어떻다고 하는 게 아니다. 일단 팀에 들어오면 내부의 일은 내부에서 끝나야 한다."

―감독 선임된 뒤 아직 K리그 경기장을 찾고 있지 않다.

"먼저 할 일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코칭 스태프를 구성하는 것이고, 다음은 전임 최강희 감독님을 만나 앞으로 대표팀 운영에 대해 조언을 듣는 것이다. 오늘 밤 최 감독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최 감독님을 찾아뵙는 것 자체가 전에 대표팀에 있었던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K리그 경기는 당연히 보러 다닐 것이다."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이 U-20 월드컵 8강에 올랐다.

"새벽에 TV로 경기를 보았는데 강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했다. 청소년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해본 경험으로 우리 축구 시스템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현재 우리 프로팀 운영 시스템에서는 20세가량의 선수들이 주전으로 뛸 곳이 없다. 2~3년간 실전 경험을 통해 성장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제도적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 2부 리그까지 팀이 많은 일본은 이런 점에서 장점이 있다. 가가와 신지는 어릴 때부터 세레소 오사카에서 꾸준히 뛰면서 기량이 좋아졌고 이후 독일로 진출했다."

―박지성의 대표팀 복귀에 대해선 어떤 의견인가.

"본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내일의 한국 축구를 위해 젊은 선수들이 큰 무대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안지에서 6개월간 지냈다.

"나를 몰라보는 곳에서 편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다. 안지는 팀 1년 예산이 4000억원이나 되는 팀이다. 연봉이 100억원 넘는 선수도 많았다. 유로파리그 등 큰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을 눈여겨봤다."

―히딩크 감독과는 어떻게 지냈나.

"히딩크 감독이 제 주장이 강한 선수들을 할아버지처럼 다독이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2002월드컵 대표팀 감독일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한번은 무거운 짐을 혼자 들고 가시길래 들어 드렸더니 고맙다고 하더라. 그걸 보고 다른 선수나 코치가 따라 하더라."

―동아시아대회가 20일 개막이다.

"K리그 일정을 존중해 17일 대표팀을 소집할 것이다. 우리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국제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 K리그 선수들의 경쟁력이 강해지면 해외파 선수들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