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문용선 부장판사]

몇달간 공방 이어지자 "저희도 너무 힘들어요… 하늘에서 계시 좀 줬으면"
"崔회장은 모를 수도" 발언에 "회장이 모른다니 말이 됩니까, 모르는 게 유죄입니다" 호통

SK그룹 최태원(53) 회장 항소심 재판은 문용선(55) 서울고법 형사4부장판사 심리로 매주 1~2차례씩 열린다. 그런데 문 부장판사의 솔직하고 튀는 언행에 법정은 얼음장이 되기도 하고 웃음바다가 되기도 한다.

문 부장판사가 "저희도 너무 재판하기 힘들어요. 하늘에서 무슨 계시라도 내려줬으면 좋겠어요"(지난달 3일 6차 공판)라고 말하자 방청석에 웃음소리가 번졌다. 당시 SK 계열사 조모 사장이 최 회장에게 유리한 증언을 계속하자 문 부장판사는 최 회장 측에 "증인이 위증하지 않도록 해 달라"며 "(증인의 말을)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최 회장이 펀드 조성 과정을 모를 수 있다"고 말했을 때에는 문 부장판사가 "모르는 게 유죄입니다. SK가 주주만의 회사입니까? 좁게는 직원들, 크게는 국민경제를 책임지는 회사인데 회장이 모른다니 말이 됩니까?"(지난달 14일 8차 공판)라고 호통쳤다.

11일 열린 14차 공판에서 문 부장판사는 '유무죄 결론을 정해놓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의식한 듯 "항소심 재판을 하면서 무죄판결할 때가 제일 즐겁고 기쁘고 보람되다. 어머니가 정화수를 떠놓고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것처럼 나도 피고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문 부장판사는 SK 측이 막판에 제출한 녹취록을 언급하며 "김원홍(전 SK해운 고문)이 최태원(회장), 최재원(부회장), 김준홍(전 베넥스 대표)을 꼬드겨서 온갖 범죄를 하게 한 파렴치의 극을 달리는 사람인데, 자기는 중국으로 도망가서 원격조종하고 녹음하고, 그걸 이제야 내고, 재판장이 참 어이가 없습니다"고 말해 최 회장 측 변호사들이 다시 얼어붙었다.

이런 문 부장판사의 재판 진행을 놓고 SK 측과 법원 일각에선 "무심코 내심을 드러낸다"거나 "아슬아슬하다"는 반응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