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 피하려 반격 나섰나… 민정기 前비서관 보도자료 배포]

"10·26직후 靑비서실장 금고서 9억5천만원 발견해 전달했더니… 朴대통령, 3억5천만원 돌려보내
2만弗시대 공헌한 전직대통령, 초청 골프 좀 치면 안되나…"

검찰에서 전두환(全斗煥·82)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환수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전 전 대통령이 최측근을 통해 입장을 발표해 "추징을 피하려는 전씨 측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17년간 전 전(前)대통령을 보좌한 민정기(71·사진) 전 청와대 비서관은 6일 검찰의 환수 작업과 관련해 A4 용지 7장 분량의 '보도 참고 자료'를 배포했다. 그는 자료 앞부분에 "전 전 대통령의 지시나 위임이 아닌 제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민 전 비서관은 "공(公)과 사(私)를 엄격히 가리는 것은 전 전 대통령이 평생을 지켜온 생활수칙"이라며 "공적 용도를 위해 마련한 정치자금을 자녀들에게 빼돌렸다는 의심은 전 전 대통령을 잘 모르고 하는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의 가족들은 (탈진 상태에 빠져) 누가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을까 기색을 살피기도 한다"며 "가족들도 미납추징금을 대납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선의의 권유와 강박을 동시에 받고 있지만 가족들에게는 대책이 없다"고 했다.

민 전 비서관은 경기도 오산 땅과 성남 땅,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 사옥이 들어선 서초동 땅 등은 전씨가 영관급 장교였던 1960~70년대에 장인 이규동(2001년 작고)씨가 취득한 재산이라 전씨의 정치 자금이 흘러들어 갔다는 의혹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했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가 연금보험에 넣어둔 30억원도 이씨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민 전 비서관은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압류 재산 중 현금은 29만원짜리 통장밖에 없다는 것을 언론이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또 "GNP 2만달러 시대에, 그 2만달러 시대를 만드는 데 공헌한 전직 대통령이 초청 골프를 좀 치는 것이 용납될 수 없는가"라며 "일행을 많이 거느리고 다니는데 무슨 돈으로 그 비용을 감당하느냐는 얘기들이 있으나, 1~2팀을 함께 초청한 초청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특히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관례적으로 그린피를 면제하기 때문에 초청자에게 큰 부담도 없다"고 적기도 했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추징금은 형벌의 일종인데도 대법원에서 확정된 추징금에 대해 '돈 없으니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가족들의 돈을 모아서라도 최대한 성의를 보여 미납 추징금을 납부해야 법치(法治)가 바로 설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민 전 비서관은 자료를 통해 전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6억원을 전달한 경위도 밝혔다. 10·26 직후 합동수사본부는 김계원 당시 비서실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비서실장 금고에 든 9억5000만원 상당의 현금과 수표를 발견했다. "비서실장 보좌관이던 권숙정씨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이라고 밝혀 그대로 박근혜씨에게 전달했고, 박근혜씨는 이 중 3억5000만원을 합수부로 돌려보내 수사비에 쓰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날 전씨 측이 박 대통령의 6억원 수수 경위를 새삼스레 밝힌 것은 청와대의 추징금 관련 압박 수위를 낮춰보려는 정치적 복선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이 전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환원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