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학 개척자' 이두현 서울대 명예교수 타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이두현(李杜鉉·89) 서울대 명예교수가 1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고인은 광복 이후 대표적인 1세대 민속학자로서 '한국 민속학의 개척자'로 불린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가면극연구회 이사장, 한국문화인류학회 이사장, 한국연극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스스로 '마스크 마니아'라 불렀던 그는 특히 가면극 등 전통 연극 분야 연구에서 남다른 업적을 남겼다. '한국의 가면극' '한국의 탈춤' '한국무속과 연희' 등의 저서를 남겼고, 일본어로 쓴 '조선예능사'를 출간했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무속과 연희 전통을 기록하기 위해 전국의 민속 현장을 취재했다.

그는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하며 연희·산대도감류 등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5월 문화재위원회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1978년 은율탈춤 같은 이북의 탈춤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계승할 수 있게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2004년에는 1960 ~70년대 채집한 가면극·무속 등 민속 분야 녹음·사진 자료와 도서 등 3만4000점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기증했다.

유족은 부인 황계봉씨와 아들 진원(전 이화여대 교수)·성원(성균관대 의대 교수)씨, 딸 미원(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선원(전 수원대 교수)씨, 사위 조순철(숭실대 명예교수)·김종진(한국방송통신대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0일 오전 7시. (02)3410-6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