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불문학자 김창석 별세

방대한 분량과 난해함으로 이름난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국내 최초로 완역한 원로 불문학자·시인 김창석(90)씨가 지난 18일 노환으로 숨졌다.

고인의 '잃어버린…' 첫 완역은 1977년 능성출판사판. 이후 85년 정음사판을 거쳐 98년 국일미디어에서 11권으로 수정 완역본을 펴냈다. 2010년 민희식 전 한양대 교수의 새 번역본(전 3권)이 나올 때까지 33년 동안 프루스트의 원전을 접하려면 그의 판본이 유일했다.

1924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의 프랑스어 전문 교육기관 아테네 프랑세를 졸업했다. 서울대 불문과를 창설한 고 이휘영 교수와 시인 이상화(1901 ~1943)가 아테네 프랑세 출신이다.

그의 번역은 가독성이 부족하다는 일부 지적도 있지만 원문에 충실하고, 시인 특유의 감수성으로 유려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평이다.

고려대 불문과 김화영 명예교수는 "비교적 정확한 문장구조 이해를 바탕으로 한 탁월한 번역"이라고 고인을 지지했다.

대중에게는 프루스트가 이름조차 익숙하지 않았던 시절, 완역에 도전했던 아버지를 아들 진수(56)씨는 이렇게 추억했다.

"일제강점기에 성장했기에 아버지는 일본어가 더 편한 사람이었지만, 늘 우리말 사전과 홍명희의 '임꺽정'을 옆에 두고 시심(詩心)을 충족하는 번역어를 선정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아버지는 하루 10시간 정도를 꼬박 앉아서 작업하다가 나중에는 신장결석에 걸렸다. 결국 '잃어버린…' 번역을 마친 뒤에는 신장 하나를 잘라냈다. 그러면서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프루스트가 정말 재미있고,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