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퇴임식장 표정… 부인과 고교생 딸 동행

"최고의 가장은 아니었지만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빠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30일 오전 채동욱(54) 전 검찰총장의 퇴임식이 열린 대검찰청 별관 4층 강당. 채 전 총장은 퇴임사에서 "39년 전 고교 동기로 만나 힘이 되어준 아내, 하늘나라에서도 변함없이 아빠를 응원해주고 있는 큰딸, 일에 지쳤을 때마다 희망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작은딸에게 고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채 전 총장은 식장 오른쪽 앞 자리에 나와 있던 부인 및 고교생 딸과 눈을 맞추지 않았다.

이날 퇴임식장엔 오전 10시쯤부터 대검찰청 전 직원과 검찰 간부 300여명이 참석했다. 일부는 서로 악수를 나누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굳은 표정으로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오전 11시 정각 채 전 총장이 식장에 걸어 들어왔다. 자신의 약력이 소개될 때도, 황교안 법무장관이 보낸 재직 기념패를 전달받을 때에도 채 전 총장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총장 재임 6개월간 검찰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 상영될 때에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퇴임식을 마친 채 전 총장은 참석자 모두와 악수를 하던 종전 관례를 깨고 앞자리 간부 서너 명과만 악수한 뒤 식장을 빠져나갔다.

오전 11시 30분 대검 청사 1층 로비 바깥쪽. 채 전 총장은 검찰 간부 40여명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일부 간부들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앞만 바라봤다. 채 전 총장은 기념 촬영을 마친 직후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은 사인으로 돌아가도 영원히 기억하겠다. 그동안 감사했다"는 짧은 말을 남겼다. 그는 도열한 간부들 가운데 길태기 대검 차장과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딱 3명과 악수한 뒤 떠나는 차에 올랐다.

퇴임식에 참석한 한 부장검사는 "'대한민국 검사 채동욱'이라는 동영상 틀어줄 때 낯이 뜨거웠다"며 "채동욱을 대한민국 검사의 표상으로 치켜세우는 것 같은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