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의 거장' 김열규(金烈圭·81·사진) 서강대 명예교수가 22일 지병인 혈액암으로 별세했다. 경남 고성 출신인 고인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62년부터 1991년까지 서강대 국문학과 교수로 있었으며, 인제대 교수와 계명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그는 60년 연구 인생 동안 한국인의 삶의 궤적을 조명해왔다. '한국 민속과 문학 연구' '한국인의 시적 고향' '한국의 신화' 등 저서를 냈으며, 국문학과 민속학이라는 두 기둥으로 '한국학'이라는 큰 집을 지었다. 서양 신화에만 경도돼 있던 국내 학계에 담론의 틀로서 한국 신화를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고, '얌치 없이 지체 높은 축들보다 백 배 나은 게 욕'('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이라며 욕설의 저항적 속성을 짚었다. 정년 6년을 남긴 1991년 낙향한 뒤 욕심 없이 살며 해마다 한 권 이상의 책을 내왔다. 올해 초에는 신간 '이젠 없는 것들'을 내고 "산업화와 도시화로 우리 대부분은 뿌리 잘린 나무처럼 살고 있다"고 질타했다. 지난 8월엔 에세이집 '아흔 즈음에' 초고 절반을 출판사에 보냈다고 한다.

유족은 부인 정상옥씨와 아들 진엽(서울대 미학과 교수)·진황(현대고 교사)씨, 딸 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 미사는 25일 오전 9시 서강대 성당. (02)2072-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