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계의 석학' 이광규 교수 별세

인류학계의 석학이자 재외동포 연구에 힘썼던 이광규(李光奎·81) 서울대 명예교수가 2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인천 출신인 고인은 1960년 서울대 사범대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1966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교수를 지냈으며,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세계한민족포럼 상임공동대표,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이사장, 한민족원로회 공동의장 등을 역임했다.

1976년 일본 방문 중 우연히 재일교포 월례회에 참석해 '의병(義兵)'과도 같은 모습으로 차별에 대항하는 동포들의 모습을 보고 감동, 해외 동포들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1980년대 말부터 공산권이 문호를 개방하자 방학을 이용해 분주하게 소련과 중국을 드나들었고, 그동안 접촉이 거의 없었던 그곳 동포를 연구하기 위해 현지 조사의 물꼬를 텄다.

연구서 '재일 한국인' 출간을 시작으로 '재미 한국인' '재소 한인' '재중 한인' 4부작을 1995년 완간했고, '세계 한민족' '러시아 연해주의 한인사회' 등을 내 "재외동포학을 국내 처음으로 정립했다"는 평을 들었다. 그는 "각 나라의 교포들이 언제 떠나 정착했느냐에 따라 그 시대 국내의 생활양식을 화석(化石)처럼 보존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학문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 교수는 평소 "해외 한인은 단순히 외국 거주 교포일 뿐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의 외교관이자 상품 외판원이고 문화 선전원, 정보 제공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존재"라며 "우리 민족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본국과 동포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가정의 날 기념 대통령 표창(1997) 등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이영희(단국대 명예교수)씨와 아들 용식(전남대 교수)·용기(한국교원대 교수)·용환(한국e문화 대표이사)·용준(아쿠아렁코리아 대표이사)씨, 딸 유경(이스트웨이브 대표이사)씨 등 4남 1녀가 있다. 빈소는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은 26일 오전 8시. (031)787-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