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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회장 해외출장 중에도 검찰이 압수수색… 회사 업무마비에 "임직원 고통 더 못봐"

朴정부 사퇴압박 두 달간 시달려 - KT, 새 정권때마다 首長 교체

이석채 회장 5년, 평가 엇갈려 - 54개 계열사 그룹 키워냈지만 정치권 등 낙하산 人事 남발…
정부 일각 "李, 후임 선임 이유로 자리 더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

이석채<사진> KT 회장이 3일 이사회에 사의를 밝히면서, 이명박 정권 출범 직후부터 5년여간 재임해온 최고경영자(CEO) 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검찰이 배임 혐의로 KT 본사와 이 회장 자택 등에 대한 대규모 압수수색을 개시한 지 12일 만이다. 공식 임기는 2015년 3월까지였다.

2002년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전환한 KT는 지난 정권에 이어 이번에도 새 정권이 들어선 직후 검찰 수사로 CEO가 물러나게 됐다.

정보통신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역임한 이석채 회장은 2009년 1월 KT 사장으로 취임했다. 같은 해 3월 회장으로 승진했고, 3년 임기를 마친 2012년 3월 연임했다.

◇강도 높은 사퇴 압박설

이석채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줄곧 사퇴 압박에 시달려왔다. 지난 8월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전 재경부 고위 관료를 통해 이 회장의 조기 사임을 종용했다.<관련기사 8월29일자 A1면>

당시 이 회장은 "장수(將帥)의 명예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수석은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8.65%) 고위 관계자도 이 회장에게 사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회장이 버티자 검찰 수사가 뒤따랐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KT 본사와 이 회장 자택 등 16곳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간 데 이어, 이 회장이 아프리카 출장 중이던 31일에도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재차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였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주어진 시간이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할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이 회장이 귀국하고 하루 만에 사의 표명을 한 것은 자신의 거취 문제 때문에 회사 업무가 마비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임직원들의 고통을 보고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며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석채 회장의 공과(功過)

이석채 회장은 취임 직후 KT와 KTF를 합병해 통합 KT를 출범시켰고, 아이폰 도입을 통해 국내 스마트폰 시대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한 통신업체에서 벗어나 54개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회사를 키운 것도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낙하산 인사'는 KT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돼 왔다. YS· MB·친박계 등 정치권 인사를 비롯해 학연·지연으로 구성된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고 고액의 연봉을 지급해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통신3사 중 가장 먼저 광대역 LTE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등 최근 실적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사의를 밝히면서도, 회사를 떠날 때까지 구조조정을 비롯해 KT의 경영개선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회장은 "경쟁사보다 1조5000억원 이상 인건비가 많아 변화에 잘 적응하기 어려운 만큼 인건비 격차를 1조까지 줄이고, 임원 수도 20% 줄이겠다"면서 "그간 문제가 제기된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안에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의와 검찰 수사는 별개"라며 "검찰 수사는 원칙대로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후임자 선임을 이유로 자리를 좀 더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며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