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연세대 前총장·학술원 회장 별세

1990년, 기업들 사이에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사원의 자질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일자 박영식 연세대 총장은 이렇게 일갈했다. "투자는 안 하면서 제품만 나쁘다고 나무라서는 이치에 닿지 않는다." 2005년 수능 부정 사건과 인성교육의 위기 현상이 불거졌을 때 교육계 원로들이 "내 책임이 크다"며 바지를 걷고 스스로 자신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3대씩 때리자, 박영식 광운대 총장은 "교육부 장관을 지낸 내 책임이 더 크다"며 2대를 더 때렸다.

연세대 총장과 교육부 장관을 지내며 교육행정 전문가로 이름난 박영식(79)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이 지난 2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8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에모리대에서 분석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에서 철학과 교수, 원주부총장, 총장(1988~1992)을 지냈으며, 교육부 장관(1995)과 광운대 총장을 역임하고 지난해부터 제34대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을 맡았다.

고대 플라톤 철학으로 학술 연구의 길을 시작했던 그는 1960년대 이후 철학적 관심을 현대 분석철학으로 전환해 국내 비트겐슈타인 연구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쌓았다. 1988년 연세대 사상 첫 직선 총장이 된 뒤로는 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함께 맡으며 대학 운영의 자율화와 대학 교육의 정상화, 면학 분위기 조성에 힘을 쏟았다.

저서로는 '서양철학사의 이해' '인문학 강의' '전환기의 대학' 등이 있다. 국민훈장 목련장(1981)과 근정훈장 청조장(1996)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영희씨와 딸 형지(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장)씨, 사위 김범수(연세대 정보대학원 부원장)씨 등이 있다. 장례는 연세대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7일 오전 7시30분, 장례예배는 같은 날 오전 8시 연세대 루스채플. (02)2227-7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