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국들 대비 체제 필요]

김정은, 예측 불가능한 기관사… 도발 선회는 시간문제
北 급변사태시 한국이 주도권 행사할 가능성 크지 않아
북한 안정화 위해 국제적으로 동원 가능한 능력 키워야

한·미의 안보 전문가들은 21일 통일 국제 콘퍼런스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체제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핵 개발과 군사 도발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북한의 급변 사태가 일어난다고 해서 곧바로 통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주변국들의 사전 대비 체제가 가동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정은, 할아버지·아버지와 다르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Klingner) 동북아센터 선임연구원은 "서구식 교육을 받은 김정은이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이후 경제개혁·개방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백일몽'일 수 있다"며 "김정은은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가 넘지 않았던 '레드 라인'을 밟고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북한은 지금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기술자가 조종하면서 트랙 위를 달려가는 열차와 같다"고 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김정은은 김정일처럼 외교적 카드를 노련하게 사용하지도 못한다"며 "몽골 대통령이나 구글 CEO 면담은 거부하면서 데니스 로드먼을 친구로 사귀려는 것만 봐도 그의 판단력이 기민(deft)하지 않고 어리석다(daft)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더글러스 팔(Paal)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부소장은 "장성택 처형과 그(잔인한) 방식 때문에 북한 권력구조 전반에 위험한 균열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가장 선호하던 중재자인 장성택이 사라졌으니 누가 중국의 은근한 경고를 북한에 전달하겠느냐"며 "김정은에 대한 대내외적 제약이 줄어든 만큼 긴장 고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북한은 독재 유지, 핵 보유, 경제 발전 사이에서 (해결하기 힘든) '3중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핵 개발 때문에 국제 제재가 강해지면서 경제개발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이에 따른 경제난으로 주민 반발이 커져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가 점점 힘겨워진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앞으로 정치 불안이 더욱 심화되면 김정은이 내부 혼란을 숨기려고 도발하는 '은폐 도발 작전'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너선 폴락(Pollack) 중국센터 소장은 "앞으로 한동안 북한 정권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지난해 12월 초에 벌어진 놀라운 일(장성택 처형)을 보면 '지금 사태가 급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급변 사태=통일 아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에번스 리비어(Revere) 선임연구원은 "북한 정권 붕괴 유도 정책은 혼돈과 충돌을 유발할 수 있고, 그 결과는 재앙적 상황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생존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고 중국이 계속 지원하는 한 통일은 어렵다"고도 했다.

전재성 교수는 "북한의 급변 사태에 따른 통일이 자동적으로 도래하진 않을 것"이라며 "급변 사태 후에도 새로운 집권 세력이 등장하거나 친중(親中) 노선 강화로 남북한이 경쟁 관계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만일 급변 사태가 발생해 숨가쁜 상황에서 통일을 맞이할 경우, 국가의 총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모든 문제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능력이 한국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근욱 서강대 교수는 "급변 사태 시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오히려 보조적일 수 있다"고 했다. 리비어 연구원은 "한·미 양국은 북한 급변 사태에 대비한 논의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며 "북한 안정화를 위해 국제적으로 동원 가능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