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는 암 덩어리'로 규정한 朴대통령]

작년 말 정부규제 1만5000건 넘어… 17일 규제개혁 회의 총리 대신 주재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을 자꾸 죽이는 암 덩어리로 생각하고 겉핥기식이 아니라 확확 들어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으면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이처럼 다소 원색적 표현을 사용했다. 평소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발언은 규제 타파에 좀 더 속도를 내라는 강한 질책으로 해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집권 2년차의 승부수로 띄웠고, 이를 실행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로 공공 부문 개혁과 규제 개혁을 꼽았다. 당장 오는 17일 열리는 규제 개혁 장관 회의를 국무총리 대신 직접 주재한다.

박 대통령은 역대 정권에서 규제 개혁을 외쳤다가 구두선(口頭禪)에 그쳤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규제를 '암 덩어리'로 비유한 것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규제 혁파를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관료들이 따라오는 속도가 기대보다 너무 느려 박 대통령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정부 관계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표현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도 관료 사회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고 전했다. 또한 '암 덩어리'란 강한 표현을 동원함으로써 국민의 인식 속에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는 효과도 노렸다는 관측이다.

국무조정실이 집계한 중앙정부 규제는 작년 말 1만5070건으로 연말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1만5000건을 넘어섰다. 하지만 아직 관료들은 규제를 줄이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 꼽은 부처별 규제 숫자를 보더라도 국토교통부가 2389건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해양수산부(1468건), 산업통상자원부(1216건) 순으로 부처마다 규제가 첩첩이 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