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호랑이 굴에 들어가보니 호랑이가 없다는 말도 있더라"

"합의한 것만 먼저 발표, 異見은 黨 만든 후 조율"
새정치비전위원장에 백승헌 변호사 선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통합 신당의 정강·정책을 합의된 내용만 일단 공식 발표하고,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한 협의는 창당 이후로 넘기기로 했다. 일단 창당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양측의 '차이점'은 감춰두겠다는 뜻이다. 정당이 지향하는 목표를 담은 정강·정책에 대한 합의도 없이 합당부터 하는 것이 '새 정치'라고 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름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민주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통합 신당 창당 과정에 대해 소속 의원들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변재일 민주정책연구원장은 "정강·정책은 합의한 것부터 발표하고 이견을 조율해 나가겠다"며 "조율되지 않은 부분은 신당 창당 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원장은 통합 신당 정강·정책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변 원장은 본지 전화 통화에서도 "(신당은) 같음을 강조해야지 다름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합의가 안 되는 부분이 신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양측 입장 차가 큰 내용들일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복지 분야에 있어서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안철수 의원 측은 '중(中)부담 중(中)복지'를 주장하고 있다. 안 의원 측은 복지를 늘리려면 증세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증세에 부정적이다.

◇민주 의원 전원 창당 발기인 참여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향후 창당 일정·전략도 보고했다. 창당 발기인은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양측이 각각 330명으로 구성하고, 민주당 측 발기인은 당 소속 국회의원 126명 전원과 지역위원장, 광역단체장, 고문단 등으로 구성키로 했다. 시·도당 창당대회는 정당법상 최소 요건인 5개 광역단체(서울·부산·대전·인천·광주)에서만 열어 최대한 빨리 창당 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창준위 발기인 대회는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통합 신당은 3월 중 창당 작업을 완료하고, 4월부터 곧장 광역단체장·광역의원 선출을 위한 경선 일정을 밟아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안 의원과의 협상 과정을 설명하면서 "(안 의원이) 민주당을 해산한 뒤 개별적으로 신당에 입당하는 방식을 요구해 초반에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며 "결과적으로 민주당 대표가 직접 신당추진단장·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 추진하는 이번 통합은 내용면에서는 (안 의원이 요구한 것과 같은) 흡수 합당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또 "안 의원과 합의한 것은 '제3지대 통합'과 지도부 구성을 5대5로 한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安 "죽비 돼달라"

신당 정치 쇄신안을 만들 새정치비전위원회는 이날 첫 회의를 가졌다. 위원회는 자체 결정으로 백승헌 변호사를 위원장으로, 최태욱 한림대 교수를 간사로 선임했다. 안 의원은 위원들에게 "죽비가 돼 달라. 과감한 개혁안을 과연 신당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의 안(案)을 달라"고 했다.

이에 앞서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 발기인 간담회에서 통합 결정에 대해 "타협하거나 회피한 게 아니고 새 정치를 제대로 이루기 위한 진검 승부의 선택"이라며 "어떤 분들은 호랑이굴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들어가보니 호랑이가 없다는 말도 있더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런 말을 하면서 눈물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