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의 미래와 野圈 판도]

安, 7시간만에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 앞장서서 선거 치를 것"
리더십·통합 명분 훼손됐지만 선거 앞두고 당내 분란 진화
'金·安 1년 체제' 유지 여부… 결국 지방선거 勝敗에 달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정치 생명을 건 결정"이라고 했던 '기초선거 불(不)공천'이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에 의해 10일 뒤집히면서 안 대표가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그러나 야당 기초 후보들은 '기호 2번'을 얻게 돼 여야 간 힘의 균형이 이뤄지는 등 소득도 있다.

◇安, 7시간 만에 "제가 앞장서 선거 치르겠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9시쯤 당원 투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그 직후 안 대표는 "대표는 위임된 권한에 불과하다. 당원과 국민의 뜻이라면 따르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다시 기자회견 자리에 선 오후 4시까지 사무실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안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당원의 뜻은 일단 선거에서 이겨 정부 여당을 견제할 힘부터 가지라는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며 "제 신념이 당에 강요되는 독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떨리는 목소리로 평소보다 천천히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 갔다. 그는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오늘 이후 선거 승리를 위해 마지막 한 방울 땀까지 모두 흘리겠다. 제가 앞장서서 최선을 다해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불공천 유지 결정을 예상했던 핵심 당직 의원 일부가 사의를 표명했지만 안 대표는 "지금은 함께 전진해야 할 때"라며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날 밤 열린 최고위원회의와 시·도당위원장 회의를 정상적으로 주재했지만 안 대표는 일찍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호 2번 얻고 리더십 훼손

안 대표가 자신의 '소신'이라고 했던 불공천이 철회되면서 당내 리더십과 정치력에는 상처를 입게 됐다. 불공천을 계기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을 결정했기 때문에 신당의 핵심적 내용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이번 당원 투표·여론조사가 안 대표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으로 비쳤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가 내세운 '새 정치'의 상징적 지표도 사라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들 눈에는 '새 정치'와 구(舊)민주당의 싸움에서 새 정치가 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안 대표가 끌어올 수 있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나 핵심 지지층이 돌아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불공천=약속'을 지나치게 강조해왔기 때문에 '약속의 정치'라는 말도 꺼내기 힘들게 됐다.

그러나 한 핵심 당직 의원은 "투표 없이 불공천 방침을 끌고 갔더라면 당내 다른 세력과의 싸움 때문에 제대로 선거를 치르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모든 계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신당 대표로 착근(着根)하고 당내 분란을 일단 잠재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당론과 여론이라는 무기도 손에 쥐게 됐다. 문재인 의원도 이날 "지도부를 중심으로 승리에 매진하자"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기호 2번'을 얻게 되면서 "기초공천 때문에 완패하게 됐다"는 비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됐다.

김·안 대표가 당초 약속된 1년간의 대표 체제를 유지할지 여부는 이번 지방선거 승패에 달려 있다. 당 관계자는 "두 대표는 이번에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했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면 '결과적 정당성'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