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성우향

"소리는 호랑이 꼬리를 잡는 것과 같아. 죽을 힘을 다해서 잡고 있어야지 놓는 순간 물려서 죽는 거야."

여섯 살 때 판소리에 입문한 후 70여년을 소리와 함께 살아온 명창 춘전(春田) 성우향(成又香·본명 성판례·82·사진) 선생이 1일 오전 3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인 성 명창은 '인간의 노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 경지에 오른 명창'으로 평가받는다.

전남 화순 출신인 성 명창은 고수(鼓手)였던 큰아버지에게서 처음 소리를 배웠고, 1952년 '보성 소리'의 완성자로 꼽히는 정응민 선생에게 판소리 수업을 받았다. 일곱 살 때 동일창극단에 들어간 성 명창은 1955년 전국명창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국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1972년 '심청가'를 완창한 것을 시작으로 1974년 '춘향가', 1977년 '흥보가'를 완창했다.

소리꾼의 삶은 곤궁했지만 예술혼까지 흐트러지진 않았다. 1970년대 서울 화양동에서 생계를 위해 하숙을 칠 때도 성 명창은 하숙집 곁에 토굴을 파고 지하실에 들어가 매일 소리 연습을 했다. 이렇게 갈고 닦은 소리로 제자 500여명을 길러내 판소리계에서 가장 제자가 많은 명창으로 꼽힌다. 성 명창은 2012년 국악 발전에 미친 공로를 인정받아 제19회 방일영국악상을 받았다. 당시 성 명창은 소리꾼의 삶을 '우둔한 사공'에 비유했다.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구비구비가 고초요, 가난의 흔적이다. 소리의 흥감에만 도취돼 한시도 딴 일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힘겹게 노를 저었던 우둔한 사공 같았다.'

발인은 3일 오전 5시 30분, 서울 강동 경희대병원. (02)440-8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