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DB

명창 묵계월

경기민요 명창 묵계월(墨桂月·93·본명 이경옥) 선생이 2일 오전 0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서울 출신인 묵 명창은 1931년 소리에 입문, 이광식에게 경기소리 기초를, 주수봉에게 12잡가를, 최정식에게 경기민요를, 이문원에게 '삼설기(三說記)'를 배우는 등 당대 명창의 소리를 두루 익혔다. 부민관 명창대회와 경성방송국 출연 등으로 일찍 이름을 얻기 시작한 묵 명창은 1975년 이은주·안비취 명창과 함께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로 지정됐다. 경기소리 12잡가 중 '적벽가' '출인가' '선유가' '방물가'에 뛰어났다. 1957년 신세계 음반회사 음반 취입을 시작으로 2012년 12잡가 음반까지 경기소리 보급에 앞장섰다.

특히 '삼설기'는 책상에 등촉을 밝히고 단정하게 앉아 글을 읽듯 풀어내는 소리로 묵 명창만이 유일하게 맥을 이은 절창으로 평가받는다. 따뜻하고 구수한 뒷맛을 지닌 명창의 소리는 거울처럼 맑고 청초한 경기민요의 품격을 끌어올렸다는 얘기를 듣는다.

명창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다. 묵계월이 된 사연부터 그렇다. 딸 다섯 중 넷째로 태어난 명창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남의 집에 양녀로 들어가, 그 집 성을 따서 묵계월이 됐다. 양어머니 손에 이끌려 소리를 배운 묵 명창은 작은 몸매에서 터져 나오는 애틋한 소리로 듣는 이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묵 명창은 생전에 "양어머니가 소리 잘하라고 그랬겠지만, 너무 심하게 해서 섭섭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하면 그 어머니가 사람을 만들어주셨다"고 회고했다. 2004년 국악 전승과 보급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1회 방일영국악상을 받았다.

경기민요 전수조교인 제자 김영임씨는 "스승이 병석에 눕기 전까지는 '선생님, 이 대목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하고 전화로 여쭤보기도 했는데, 이젠 의지할 멘토가 없다"며 막막해했다.

장례는 한국 국악협회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4일 오전 9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02)2227-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