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경 기자

여석기 학술원 회원

영문학자이자 국내 1세대 연극평론가인 여석기(呂石基·92) 국제교류진흥회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이 12일 별세했다. 여 이사장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대치동 자택 근처에서 지나던 승용차에 치여 입원했었다.

경북 김천 출신인 고인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경북대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고려대 교수·대학원장과 한국영어영문학회장·한국연극평론가협회장 등을 지냈다. 도쿄대 유학 시절인 1942년, 영문과의 셰익스피어 강좌를 듣고 감복한 뒤 평생 셰익스피어 전문 연구가가 됐다.

1960년 유치진·이해랑씨 등과 함께 드라마센터를 설립한 뒤 워크숍을 진행해 극작가를 양성했고, 1964년 한국셰익스피어학회를 창립했다. 1970년부터 1980년까지 '연극평론' 발행인을 맡았으며 이태주·유민영·한상철씨 등과 함께 우리 연극 평론계의 발전을 이끌었다.

계속되는 연극계의 위기 상황에서도 그는 "연극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며, 늘 그랬듯 소수가 좋아하는 현장 예술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십세기 문학론' '한국연극의 현실' '동서연극의 비교연구' 등 저서를 냈으며, 지난해엔 자서전 '여석기 나의 삶, 나의 학문, 나의 연극'(연극과인간)을 출간했다.

1977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 됐고, 국민훈장 목련장(1972)·모란장(1987), 은관문화훈장(1996)을 받았다. 유족은 아들 건종(숙명여대 교수)씨와 딸 경주·효주씨 등 1남 2녀, 사위 서민석(동일방직 회장)·노부호(서강대 명예교수)씨, 며느리 강혜순(대림대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5일 오전 8시, (02)3410-6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