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 인천지검장 사퇴
"잘못 있다면 오로지 제 책임… 칼날 무뎌진 지금이 떠날 때"

"특수검사로 거악과 싸운다는 자부심 하나 갖고 검찰의 전장(戰場)을 돌고 돌다 보니 어느덧 젊은 검사의 꿈과 열정은 스러지고 상처뿐인 몸에 칼날마저 무뎌진 지금이 바로 떠날 때임을 느낍니다."

현직 최고 특수통으로 불리는 최재경(52·사진) 인천지검장이 24일 유씨 검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날 법무부와 대검에 사표를 제출해 수리됐다. 이날 오후 인천지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최 지검장은 "많은 검사 및 수사관들이 두 달 넘게 사무실 야전 침대에서 생활하거나 범죄자를 쫓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고생했다"면서 "수사 과정에서 잘못된 일이 있다면 오로지 지휘관인 제 책임이고 그간의 적지 않은 성과는 수사팀 구성원들의 땀과 헌신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김회종 특별수사팀장과 정순신 인천지검 특수부장 등은 최 지검장의 사표 제출 소식을 듣고 함께 사표를 냈지만, 최 지검장이 "세월호 선주사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유대균 검거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면서 사표를 반려했다.

일찌감치 "동기(사법연수원 17기) 중 가장 확실한 총장감"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평판이 좋았던 최 지검장은 지난 2012년 12월 대검 중수부장 시절 '검란(檢亂)' 사태의 책임을 떠안고 좌천됐다가 지난 4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一家)에 대한 특별수사팀이 인천지검에 꾸려지면서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유씨가 시신으로 발견되고 순천 별장 수색 당시 검찰 검거팀이 결정적인 실수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최 지검장 본인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부담이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최 지검장의 사표 수리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김진태 검찰총장에게까지 여파가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투표하기] 유병언 부실수사 책임론, 검·경 수뇌부 '경질해야' vs. 수사 '지켜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