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정치여정 마침표 "정치권 새롭게 혁신해야"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은 31일 국회에서 가진 정계 은퇴 회견에서 "저의 은퇴를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혁신하고 변화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는 여당에도 같이 적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은퇴가 정치 변화의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세상, 모두 함께 일하고 나누는 대한민국을 만들려 했던 제 꿈을 이제 접는다"고 했다. 그는 회견 내내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의연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지난 20여년간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서있었지만 짧은 작별사를 하고 여의도를 떠나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손 고문은 전날 치러진 경기 수원병(팔달) 보궐선거에서 정치 신인인 새누리당 김용남 당선자에게 패한 직후 정계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고문의 측근 인사는 "30일 밤 지역구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뒤 밤새 잠을 못 이루며 거취를 고민한 것으로 안다"며 "정치가 새롭게 바뀌고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려면 기성 정치인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손 고문은 이날 가까운 의원들과 만나 "이제 깨끗하게 떠날 때가 됐다"며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의원과 측근들이 모두 만류했지만 그는 "국민이 아니라고 하는데 자꾸 남아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며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 인사는 "지금 떠나지 않으면 노욕(老慾)으로 비칠 수 있고, 당내 갈등의 회오리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했다.

경기 시흥 출신으로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온 그는 학생·빈민운동을 하다 1년간 투옥됐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서강대 교수로 일했다. 1993년 경기 광명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16대 국회까지 내리 3선을 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고 경기도지사에도 당선됐다. 지사 시절 141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고, 2007년엔 '100일 민심 대장정'을 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탈당해 야권으로 넘어왔지만 정동영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패한 이후 야당 대표를 두 차례 지냈다.

손 고문은 2011년 경기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재·보선의 사나이'로 불렸다. 이번에도 3번째 보궐선거 당선을 통해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꿈을 접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