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표 형광등'의 금호전기 박명구 부회장]

전자식 안정기·택시 미터기 발명한 전자공학 박사 출신
IMF 이후 부도 위기 몰리자 회사 들어와 신사업 동력 육성… TV光源·터치스크린에 주력

금호전기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가정집과 사무실 천장 형광등의 60%를 장악한 기업이었다. '번개표' 형광등이었다. 그 형광등 기업이 첨단 터치스크린 패널(TSP) 사업으로 새 도전에 나선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에 사용되는 터치스크린 패널은 화면에 손가락을 터치해서 각종 기능을 조작하는 디스플레이 부품이다.

금호전기는 24일 광주광역시 하남공단에 TSP 공장 준공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공장 설비에만 지금까지 250억원을 투자했고, 향후 300억원을 더 투자할 계획이다. 박명구(朴明求·60) 대표이사(부회장)는 16일 오전 경기도 화성의 금호전기 공장에서 "조명을 넘어 TSP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택시 미터기 만든 발명가

금호전기의 모태는 1966년 일본 도시바와 제휴해 형광등을 생산한 청엽제작소였다. 이후 1976년 금호그룹(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 회사를 인수해 사명(社名)을 금호전기로 바꿨다. 1982년에는 금호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동생인 고 박동복 회장이 금호전기를 따로 떼 분사했다. 현재는 박동복 회장의 아들인 박영구 회장과 박명구 부회장이 금호전기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연구개발과 전략 수립 등은 박 부회장이 주로 관장한다.

박 부회장은 경영자이기 이전에 발명가다. 대표적인 발명품이 전원이 켜지면 형광등에 전류를 보내 불을 밝혀주는 '전자식 안정기'다. 기존 자기식 안정기는 전력 소모량이 많아 비효율적이었지만, 박 부회장이 발명한 전자식 안정기는 전력을 효율적으로 조절해 전기를 아낄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생산되는 형광등의 대부분은 전자식 안정기를 사용한다. 박 부회장은 이 공로로 1980년 스위스에서 열린 제9회 국제발명전 대회에서 전자 부문 금상을 받았다.

택시 요금을 측정하는 전자식 미터기 역시 박 부회장의 작품이다. 그는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미터기가 작동되는 전자식 미터기를 만들어 택시 업계에 보급했다. 발명가로 살아가던 박 부회장은 1998년 외환 위기 당시 부도 위기에 처한 금호전기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조명을 넘어 첨단 부품 회사로

박 부회장은 "처음 금호전기에 입사할 때부터 생각한 것이 신성장동력 육성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30년간 형광등만 만들던 금호전기는 최근 15년 사이에 세 차례나 주력 사업을 바꿨다. 1999년 LCD(액정표시장치) TV에 빛을 내는 광원(光源)으로 쓰이던 CCFL(냉음극형광램프)을 생산한 데 이어, 2000년대 후반 LCD TV의 광원이 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급전환하자 CCFL을 과감히 포기하고 LED 사업에 진출했다. 작년 매출 가운데 조명 완제품의 비중은 30% 수준이었고, 나머지 70%는 LED 조명 부품, 자동차용 LED 등에서 벌어들였다.

그리고 또다시 터치스크린패널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주력 제품은 32인치 크기의 중형 TSP다. 박 부회장은 값비싼 희토류 광물(인듐) 대신 구리를 이용해 TSP에 들어가는 핵심 센서를 만들기로 했다. 그는 "구리는 금 다음으로 전기 저항성이 낮은 광물"이라고 말했다. 센서의 두께도 3㎛(마이크로미터·1㎛은 100만분의 1m)로 얇게 만들어 반응 속도를 개선했다. 센서의 두께가 얇을수록 같은 크기의 TSP에 많은 센서를 넣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구리를 이용한 TSP를 만든 업체는 일본의 돗판인쇄와 금호전기뿐"이라며 "센서의 두께를 3㎛까지 줄인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금호전기는 향후 손가락으로 모든 기능을 조종하는 풀터치(full-touch) TV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 백화점, 마트 등에 있는 디지털 광고판의 풀터치 화면보다 훨씬 감도를 높여 TV를 만든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TSP를 활용하면 TV에서도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처럼 빠른 반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32인치 크기의 TSP부터 생산하고, 2016년부터 55인치 크기의 TSP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2016년엔 TSP 부문에서 연간 1000억원의 매출을 낸다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