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위 KBS 주말극 '가족끼리…'
노총각·처녀 커플 김상경·김현주, 로맨틱하면서 코믹한 연기로 눈길

지난 6월 KBS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의 연출을 맡게 된 전창근 PD는 배우 김상경(42)과 김현주(36)를 캐스팅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월호 사고 때문에 힘든 사람들이 보면서 마음껏 웃고, 또 울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은데 같이합시다.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할게요."

6개월이 지난 지금 김상경과 김현주는 "드라마가 재밌으니 전 PD가 약속의 절반은 지켰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여의도 KBS 세트장에서 막 촬영을 끝낸 두 사람을 만났다.

"전 PD가 사람들을 웃게 하겠다고 할 때 그걸 우리가 해야 한다는 말은 안 했어요(웃음). 처음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문태주(김상경)와 차강심(김현주)이 더 코믹해지는 것 같죠? 연기하는 우리도 즐기고 있어요."

두 사람은 시청률 30%를 훌쩍 넘기며 전체 시청률 1등인 이 드라마에서 노총각·노처녀 커플을 연기하며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문태주와 차강심은 일을 할 땐 성숙한 성인이지만 연애에 있어선 초등학생만도 못한 인물들이다. 상무와 비서로 만나 서로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정이 들고 마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길을 밟는 중이다. 다툴 땐 고양이 같고, 사랑할 땐 강아지 같은 연인이다.

"태주와 강심의 매력은 사랑에 있어선 7세 아이 같단 점이죠. 아이는 불완전한 존재라서 채워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태주와 강심도 서로 그런 존재인 거죠."

이미 결혼한 김상경과 달리 독신인 김현주는 "빈틈 많은 강심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고칠 수 없는 내 결점을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방송분에서 태주와 강심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패러디한 듯한 극적인 키스신을 선보였다. "그 키스신이 연기하기 까다로웠어요. 웃기는 듯 로맨틱해야 하거든요. 잘한 것 같나요?"(김상경)

두 사람의 연애가 시청자를 웃게 한다면, 차강심의 아버지 차순봉(유동근)과 자식들의 관계는 시청자를 울게 만든다. 차순봉은 평생 헌신한 자식들이 서로의 삶은 외면한 채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모습에 실망해 그들을 상대로 불효 소송을 제기한다. 김현주는 "극 중 강심이는 비자발적 불효녀"라며 "마음은 효녀인데, 사회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니 자신을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순봉이 자식들에게 합의 조건으로 내건 것은 '아침 식사 시간을 함께한다', '하루 한 번씩 전화통화 한다' 등 기본적인 것이다. "그 조건을 보면 다들 뜨끔하죠. 저도 이 드라마 하면서 어머니가 친구들에게 자식 자랑하는 모습 때문에 흐뭇했거든요. 그런 작은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김상경)

드라마는 이제 후반전에 돌입하고 있다. 불효 소송으로 자식들의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준 차순봉이 말기 암에 걸린 것. 아직은 이 사실을 둘째아들밖에 모르지만, 곧 강심도 알게 되면서 눈물바다가 될 예정이다. 2010년 아버지를 떠나보낸 김현주는 "또 한 번 아버지를 잃는 기분"이라고 했다. "아버지를 보내는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설명하기 힘들어요. 그걸 연기로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잘 해내고 싶어요."(김현주)

그런 김현주의 어깨를 두드리며 김상경이 말했다. "전 이미 그 부분 대본 보면서 울었거든요. 현주가 멋지게, 그리고 아주 슬프게 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 그러자 김현주가 "이렇게 부담을 준다"며 흘겨봤다. 또다시 티격태격 커플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