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문재인 비판하며 "유대인이 히틀러 참배하느냐"]

- 野 내부서도 "부적절"
"본인 선명성 살리려고 통합 기대에 찬물 끼얹어"

- 文, 참배 후 발언도 논란
강경파 반발 기류 의식한 듯 "가해자 측이 잘못 반성해야"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10일 문재인 당대표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관련, "독일이 유대인의 학살을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해서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참배하고 천황 묘소에 가서 절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저는 진정한 화해와 용서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두 전 대통령 묘역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당내 화합을 하고 통합을 할 때지 당내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극심한 찬반 논란이 있는 행보를 하면 안 된다"며 문 대표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은 박정희 시대의 2탄"이라며 "신유신시대, 민주주의와 대선 부정, 서민 증세 등 민주주의와 국민의 행복을 탄압하는 상황에서 박정희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도 했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를 이끈 두 전직 대통령을 학살자 히틀러로, 그들의 묘역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비유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네티즌은 "누가 히틀러고 누가 유대인이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인의 상식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당 내에서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국론 분열과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을 위해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데 대한 평가는 국민과 역사가 할 일"이라며 "뒤늦게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본인의 선명성도 좋지만 모처럼 통합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는데 찬물을 끼얹은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부정하는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국민 통합 차원에서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던 문 대표가 참배 직후 "가해자가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통합의 의미를 반감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8일 당선 확정 직후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 계획을 밝히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산업화의 공이 있고,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의 공로가 있다"며 "그분들을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임 대통령으로 함께 모시고 함께 기념할 것"이라고 했다. 2년 전 대선 때 "가해자의 사과가 있어야 참배할 수 있다"고 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9일 참배를 마친 뒤엔 "진정한 국민 통합이 묘역 참배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가해자 측에서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할 때 진정한 화해·통합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 강경파의 반발 기류에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정청래 최고위원은 1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판결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의 불법 대선 개입 및 부정선거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신의 대통령직은 유효합니까'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에 대해 "아직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대선 불복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