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읽은 조현아 반성문

12일 재판부는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해 선고하기에 앞서 이례적으로 그가 제출한 반성문을 직접 읽었다. 조 전 부사장은 얼굴을 양손에 묻고 흐느꼈다. 5m 떨어진 방청석 앞줄에서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조 전 부사장은 반성문에서 "(박창진 사무장과 김모 승무원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사랑하는 사람일 텐데,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정말 면목 없고 죄송하다. 깊이 사죄드린다"고 했다. 그는 "박창진 사무장님이 언론에 가서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았더라면 오늘 저는 가정과 회사를 이렇게 놓아버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라고 한 뒤 "그러나 1개월, 1년 뒤, 설사 운이 좋았다 하더라도 10년 뒤에는 (비슷한 실수로) 아마 이곳에 있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식사 시간이면 4인분의 밥이 들어오고 입소자들이 나눠먹었다"며 "저희끼리 인디언밥에 우유를 말아먹거나 주먹밥 등 제법 공들인 메뉴까지 나름의 특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그는 "제 말수가 부족해지니 입소자 언니들이 특식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다"며 "고추장에 이것저것 넣어서 양념 고추장이 탄생했고 맛을 보니 밥이든 뭐든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했다"고 구치소 생활을 전했다.

그는 "구치소에 입소했을 때 제게 주어진 것은 작은 박스에 담긴 두루마리 휴지, 플라스틱 수저, 그릇, 속옷, 양말 두 켤레가 전부였다"며 "주위 분들은 스킨과 로션, 샴푸와 린스도 빌려주고 과자도 선뜻 내줬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제게 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며 "이게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조 전 부사장은 반성문 말미에서 "언론이 저를 미워하므로 제가 대한항공과 더 이상 같은 길을 걸어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