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의 100일 소회

"똑똑하고 젊은 공무원들 입에서 '왜 새로운 걸 하나' '결국 비슷한 것 아닌가'란 소리가 나오더라. 조직 내에서 '왕따'가 된다며 승진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이근면〈사진〉 인사혁신처장이 26일 혁신처 출범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정부를 들여다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삼성그룹에서 30여년간 인사업무를 하다 지난해 말 초대 인사혁신처장으로 발탁됐었다.

그는 이날 일선 공무원들을 본 소감에 대해 "공직사회의 생산성이 이 상태로 괜찮은지 회의가 들었다"며 "바꾸기보다는 현 상태를 지키려는 의욕이 더 크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대신 그저 평생 일해 안락한 노후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를 세종시로 옮기면서 자기 계발할 환경이 매우 열악해진 것으로 파악한다"고 했다.

이 처장은 "국민의 눈높이가 불과 10여년 전과도 다르다. 공무원들이 독점했던 지식은 다 개방됐다. 국민은 적은 비용에 높은 (공공) 서비스를 희망한다"며 "세계 속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경제·인구·지정학적 비중 등에 걸맞게 공무원의 생산성도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공무원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의 주체인 만큼, 강제로 변할 수 없다"며 "스스로 변화의 동인(動因)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공직 활력 높이기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인사혁신처는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 국가의 성장과 남북통일 등에 대비한 공무원의 기능·역할 청사진을 담은 '공무원 미래 백서(白書)'를 낼 예정이다. 또 현재 평균 5년인 고위공무원단의 재직 기간을 늘리고 직위와 직책을 분리, 전문성을 갖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