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이메일 파문'… 중앙대 이사장·두산 중공업 회장·체육회 명예회장서 사퇴]

- 중앙대에 무슨 일이…
교수 연봉제·학과 통폐합, 3차례 구조조정으로 갈등

- 엇갈린 반응
"기업인이 이사장하면 안돼" "대학 개혁은 계속 돼야"
두산 "대학서 철수 안해"

박용성〈사진〉 중앙대 재단 이사장이 최근 중앙대와 관련된 사태에 책임을 지고 학교재단 이사장과 두산중공업 회장,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21일 밝혔다.

박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중앙대 보직교수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학과 구조 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에 대해 "목을 쳐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가장 피가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박 이사장은 이날 "최근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대학 발전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 과정에서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학내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중앙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사임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3차례 구조 조정으로 교수들과 갈등

박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이용구 총장을 비롯한 재단 임원진 20여명에게 자신의 두산 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박 이사장은 이메일에서 "(비대위 교수들을) 악질 노조로 생각하고 대응해야지, 여러분(재단 임원진)은 아직도 그들을 동료로 생각한다"며 "그들을 꽃가마에 태워 복귀시키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음을 중앙대 인사권자로서 분명히 한다"고 했다. 박 이사장은 또 비대위를 가리켜 변기를 의미하는 'Bidet 委(비데위)', '鳥頭(조두·무식한 말로 새XXX)'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두산그룹은 박범훈 총장이 재직하던 시절인 지난 2008년 6월 중앙대를 인수했다. 중앙대 인수 후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박 이사장은 "중앙대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며 교수 평가제, 대학 구조 조정 등을 강력히 추진했지만, 기업식으로 대학을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학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박 이사장 취임 이후 중앙대는 3차례에 걸쳐 학과 구조 조정을 추진했다. 2010년에 18개 단과대학 77개 학부였던 체제를 11개 대학 47개 학과로 축소하는 '학문 단위 구조 조정'을 했고, 2013년에는 "경쟁력 있는 학과를 육성하겠다"며 4개 전공을 폐지하는 2차 구조 조정을 했다. 올해 2월에는 학과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3차 구조 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때마다 교수들은 "교수들을 무시하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학교 당국은 추진을 중단하라"고 항의했고, 일부 학생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구조 조정이 이뤄졌다"면서 총장실 앞에서 농성했다.

◇학생들 엇갈린 반응

설상가상으로 지난 3월 검찰이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을 수사하면서 중앙대의 위기가 깊어졌다. 박범훈 전 총장이 청와대 수석으로 있는 동안 중앙대의 본·분교 통합에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두산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박용성 이사장이 사퇴한 것이 최근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박 이사장이 사퇴하자 중앙대 재학생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나뉘었다. 중앙대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학생은 "(교수님들) 어렵게 만든 철밥통 그릇으로 오래오래 해드시고 학문의 무덤, 학생의 무덤 잘 만들어 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며 구조 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비판했다. 반면 일부 학생은 "기업인이 대학 이사장을 맡는 게 어울리지 않았다" "잘못했으니 사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두산그룹이 중앙대 재단 운영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관련, 두산그룹 측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문제"라고 일축했다. 학내 갈등이 불거진 이후 여러 차례 두산그룹 철수설(說)이 나돌았지만, '철수는 사실이 아니며 두산이 계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학교 측이 공식 해명한 바 있다는 것이다. 두산 고위 관계자는 "대학에서 철수 여부는 그룹 오너들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현재로선 오너들이 회의를 연다거나 하는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