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표 심야 일문일답
"지금 이 상황 풀 사람은 나와 서청원 최고위원뿐… 劉, 사퇴 불가 입장 강경"
"어떻게 해야 하노" 한숨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8일 청와대와 당내 친박(親朴)들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최근 불거진 당청 갈등의 해법을 논의하려고 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대신 두 사람은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두 차례 장시간 통화를 하며 의견을 교환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 원내대표와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늘 유승민 원내대표와 따로 만났다고 들었는데….

"만나려고 했는데 못 만났다. 오전 오후에 한 차례씩 장시간 전화 통화를 했다."

―통화하면서 유 원내대표에게서 변화의 기류가 느껴졌나.

"그런 것은 없었다."

―혹시 유 원내대표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한 것 아니냐.

"(내가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하라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명분이 있어야 사퇴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예상 시나리오를 여러 가지 만들어서 계속 논의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거냐' 하는 식으로 계속 논의했다. 그러면서 '의원 대다수의 의견은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가 싸우면 유 원내대표가 이길 수는 없지 않으냐'라는 취지의 얘기를 전하긴 했다."

―오늘 통화에서 결론이 나온 것이 있나.

"결론은 없다. 유 원내대표가 얼마나 똑똑하고 까칠하냐. 내가 말한다고 듣겠느냐. 청와대에서 이번에 너무 세게 치고 오니까, 내가 오늘 '너 어떻게 할래?' 한 거고… 그런데 저렇게 (박 대통령이) 유승민을 찍어서 이야기하니까…."

―유 원내대표는 버티는 분위기인가.

"의총에서 다수 의원이 (책임 불가론을) 주장해서 지금 이렇다.(양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제스처를 보이며)"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수 없다는 입장이 강경한가.

"그것은 맞다."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 사이에서 많이 괴로울 거 같은데.

"박 대통령과 나, 유승민… 이렇게 3명이 너무 친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때) 유승민 원내대표와 나는 앞뒤 안 보고 (당시 경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한테 올인했다. 근데 너무 가까웠던 거지. 너무 가까워서 나도 죽었잖아."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박 대통령의 최측근들로 통했다. 김 대표에겐 친박계 좌장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지난 2008년 친이(親李)들이 주도했던 '친박 공천 학살'의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김 대표는 이어 "(현재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유 원내대표와 얼마나 친하냐"며 "서 최고위원도 지금 (상황을) 무지 괴로워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괴로운 건 나와 서 최고위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상황을 풀 사람은 나하고 서 최고위원밖에 없다"고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중간중간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 다시 들어오곤 했다. 한번은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아, 어떻게 해야 하노'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